1989년에 첫방송을 했던 병영 예능프로그램의 효시 MBC TV '우정의 무대'를 기억한다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하이라이트 코너 '그리운 어머니'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운 어머니'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집필했던 김진태 작가가 고향에 낙향해서 95세의 노모와 나눈 이야기들을 책 '엄마라고 더 오래부를 걸 그랬어'로 펴냈다.
"'우정의 무대'를 집필했던 수년 동안 병사의 어머니 인터뷰를 수백번 했다. 전국 팔도의 어머니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속깊은 얘기까지 끌어내서 '그리운 어머니' 원고를 썼는데 고향에 내려와 노모와 지내다보니 정작 내 어머니와는 그렇게 대화를 길게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오드리 햅번과 동갑이고 마릴린 먼로가 세 살 언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태어나서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전쟁 후 1960년대의 재건과 1970년대의 새마을 운동, 80년대의 민주화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한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지금 20세기를 살고 계신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것과 같다'는 말도 있는데 어머니의 정신이 맑을 때 어머니의 그때 그 시절의 얘기들을 기록해 놓는 게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5세의 노모와 59세 아들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계절이 몇번 바뀌는 동안 계속된 이야기들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일본 사람들이 ?겨가고 나서 그때부터 학교에서 한글을 정식으로 가르쳐 주더라구. 그때 내 나이가 열일곱인가 그랬는디 그때 처음으로 배운 한글이 '니 머리에 꽃잎이 떨어졌구나. 내 머리에도 꽃잎이 떨어졌니?' 였거든. 오뉴월에 새파란 열무 겉절이도 숨 한번 죽으믄 금방 익어 버리잖여. 열무 김치 숨 한번 죽는 것처럼 인생도 잠깐인겨." ('엄마라고 더 오래 부를걸 그랬어' 본문 중)
나라의 역사와 한 시대의 시대상은 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모가 한 세기를 살아오며 겪은 질박한 삶의 이야기들이 곧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일 것이다.
'엄마라고 더 오래 부를 걸 그랬어'는 빠르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재를 잠시 내려놓고 지난 세월의 추억과 함께 우리들 엄마의 평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 여행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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