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 주 LG 트윈스는 고비를 맞았다. 지난 8월 25∼27일 창원 NC 다이노스와의 주말 3연전서 어이없는 사건이 연달아 나오며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분위기가 다운될 수밖에 없었다. 2위 KT 위즈와는 어느덧 4.5게임차로 좁혀졌다. 빨리 연패를 끊어내야 했다.
그리고 맞이한 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LG는 상대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공략하지 못해 0-2로 뒤지고 있었다. 8회말 오스틴 딘이 바뀐 투수 홍건희를 상대로 추격의 솔로포를 쳤고, 이어 연속 안타로 1사 1,3루가 만들어졌다. 박동원이 스퀴즈번트를 댔는데 타구가 빨라 3루 대주자 최승민이 홈을 파지 못했다. 빠르게 달려나와 공을 잡은 투수 정철원이 몸을 돌려 1루로 뿌릴 때 최승민이 대시했고 1루수 양석환의 홈송구가 도착할 때 이미 홈을 터치했다. 2-2 동점. LG는 결국 연장 10회말 박해민의 끝내기 안타로 3대2 역전승으로 연패를 탈출했다. 최승민의 과감한 홈 대시가 없었다면 연패가 이어질 수도 있었기에 최승민의 존재감이 한층 부각된 경기였다.
그런데 최승민은 덤덤했다. 당시 상황을 묻자 "타구가 빨라서 살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멈췄다가 1루 던지면 그때 승부를 보려고 했다"라면서 "딱 던지는 순간 스타트를 끊으려 했다. 거기서 점수 안나오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승부를 걸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중요한 득점을 했음에도 최승민은 홈을 밟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면서도 별다른 세리머니나 제스처도 없었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얼굴은 무표정했다. 왜 세리머니를 안했냐는 질문에 "원래 내색을 잘 안한다"라고. 당시 홈에 들어온 뒤 중계화면에 신민재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어떤 대화를 했냐고 물으니 "번트 때 바로 들어왔으면 세이프됐을까 하고 물어봤다"라고 했다. 자신의 판단이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MBTI(성격유형)에서 I(내향성)냐고 묻자 "네 맞습니다"라고 역시 단답형 대답이 돌아왔다.
올시즌 2군에만 있다가 1위 팀으로 트레이드로 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은 어떨까.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낯설기는 한데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신일고를 나온 서울 사람. 서울팀으로 와서 좋은 점을 물으니 집에서 집밥을 먹는 것이라고.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미소가 나왔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다. 아버지도 많이 좋아하시고…"라는 짧은 대답 속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큰 경기, 접전 상황에서 대주자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는 팀에 온 대주자에게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상상을 해봤냐고 묻자 "2루에서 안타 때 홈에 들어와 득점하는 상상도 해봤고, 도루하는 것도 생각해봤다"고 했다. 지금은 상상하는 일이 두달 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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