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어느 때보다 고된 시즌,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불펜에선 임기영(30)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불펜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낸 그의 성적은 64경기 82이닝 4승4패3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2.96이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1, 피안타율 1할9푼3리. 올 시즌 KBO리그 불펜 투수 중 노경은(SSG·83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5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 중 WHIP는 주현상(한화·0.84)에 이은 2위다.
지난해까지 5선발이었던 임기영. 올해 신인 윤영철(19)이 5선발로 낙점되면서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2014년 보상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꾸준히 선발로 뛰었던 그에겐 낯선 환경. 단순히 불펜 역할 뿐만 아니라 멀티 이닝 소화-대체 선발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고된 행보 속에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수술대에 올랐던 장현식과 또 다른 필승조 전상현이 뒤늦게 출발했다. 휴식이 거론될 때 쯤엔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과 불펜의 김대유, 마무리 정해영이 부진으로 1군에서 동반 말소됐다. 이들이 비운 역할은 온전히 임기영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KIA 김종국 감독은 "임기영이 너무 잘 해주고 있다"면서도 매번 미안함을 숨기지 않았을 정도. 시즌을 마친 뒤 올 시즌 마운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를 꼽는 물음에 주저 없이 "임기영"이라고 밝히기도.
이 와중에도 임기영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주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불펜의 매력"이라고 말한 그는 "잘 던지는 날엔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 밸런스에서 좋은 경기력이 계속 나오다 보니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좀 생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다. 이닝도 많이 던지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KIA는 올 시즌 5할 승률을 일궜음에도 가을야구행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과 막판 핵심 전력 이탈과 외국인 투수 교체 등 여러 변수 속에서도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 특히 시즌 막판 나성범 최형우 박찬호 최원준이 줄줄이 시즌아웃된 가운데 5강 싸움을 한 건 기적과 다름 없었다. 불펜에서 전천후 역할을 한 임기영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임기영은 지난해 4승13패, 평균자책점 4.24였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29⅓이닝을 소화했으나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올 시즌 연봉은 전년 대비 1000만원 인상(7.1%)된 1억5000만원. 비록 승운은 따라주지 않았으나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을 위해 헌신했고, 올해도 그 활약을 이어갈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었다. 달라진 보직과 환경 속에서도 임기영은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다. 올해는 더 따뜻한 겨울을 기대해 볼 만한 임기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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