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상상도 못할 조치다. 가봉 대표팀이 해체됐다.
2일(한국시각) A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가봉 정부의 축구 대표팀 해체 소식을 전했다. 심플리스데지레 맘불라 가봉 체육장관은 지난달 31일 대표팀 해체와 더불어 피에르-에메리크 오바메양 퇴출 등을 발표했다.
성적 부진이 원인이다. 가봉 대표팀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됐다.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F조 2위에 그치며, 사상 첫 본선 진출 희망이 꺾였다.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나이지리아에 무너지며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데니스 부앙가와 오바메양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했음에도 무기력했다.
다음 도전은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이었다. 가봉은 만회를 위해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카메룬에 0대1로 무너졌다. 뒤이어 이어진 경기들도 참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인 모잠비크에 2대3으로 충격패를 당했다. 마지막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2대3으로 패하며 3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가봉 정부의 선택은 충격적이었다. 코트디부아르전 패배 후 티에리 무유마 감독과 코칭 스태프 전원을 해고했다. 맘불라 장관은 "대표팀이 네이션스컵에서 부끄러운 경기력을 보였기에 무기한 활동을 중단한다. 오바메양과 브루노 만가는 대표팀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대표팀 해체 선언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가봉 축구 역사에 남을 선수인 오바메양까지 완전히 대표팀에서 배제하며 가봉 축구 역사를 부정하는 선택을 했다. 오바메양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을 거둔 가봉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다. 가봉 정부는 오바메양이 "대표팀 문제는 선수가 아닌 더 깊은 곳에 있다"라며 저격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영향도 미쳤다고 알려졌다. 브리스 올리귀 응게마 대통령은 지난 2023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응게마 대통령은 "스포츠에서의 애국심 훼손이 우려된다"며 오바메양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 시선은 FIFA의 결정으로 향한다. FIFA는 그간 정부,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자격 정지, 국제대회 출전 금지 등의 중징계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만 아예 대표팀 해체를 선언한 가봉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가봉 정부도 FIFA의 결정에 신경은 쓰는 모습이다. AP는 '정부 웹사이트에는 이번 발표 관련 성명이 게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맘불라 장관의 발표 영상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앙가는 이번 결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개인 SNS에 남기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꿈꾸던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라며 "어떤 것들은 설명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시련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고 다가온다. 폭풍우를 헤쳐나간다"고 밝혔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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