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차세대 거포다운 잠재력을 보여주는가 했지만, '아름다운 한달'로 끝났다. 어느덧 프로 6년차 시즌, 이젠 아니다 싶으면 밀린다.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에게 2026년은 말 그대로 '벼랑 끝'이다. '윤고나황'으로 주목받은 2024년을 뒤로 하고 추락의 한 해를 보냈다.
1m90 장신이지만, 나승엽은 전형적인 거포 체형이라기엔 마른 편이다. 프로 입문 이후 꾸준히 웨이트를 하며 몸을 불렸지만 한계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포지션이 1루와 지명타자로 제한된다는 점. 고교 시절엔 유격수로 뛰었고, 롯데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외야와 3루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 1루 수비조차 혹평에 시달린다. 긴 팔 긴 다리를 가진 1루수의 장점은 송구 처리시 쭉 뻗어 반박자 빠르게 아웃으로 연결해주는 것. 하지만 나승엽은 유연성이 부족해 소위 '다리 찢기'를 잘하지 못하고, 길고 둔한 사지는 오히려 볼 핸들링에 방해가 된다. 타구 반응속도나 땅볼 처리 능력도 여전히 불만스럽다.
남은 장점은 거포로서의 가능성 뿐이다. 그래도 상무에서 제법 탄탄하게 근육을 다지면서 이른바 '이쑤시개' 체형은 극복했다.
자로 잰 듯한 선구안과 더불어 확실한 노림수로 장타 한방을 날리는 재능은 보여줬다. 지난해 4월까지 홈런 7개를 몰아치며 '드디어 4번타자를 찾았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악몽같은 추락을 경험했다. 타율 2할2푼9리, 홈런 9개로 시즌을 끝냈다. 공격 수비 모두 바닥을 친 총체적 난국의 시즌이었다. 뜨거운 팬심, 높았던 기대치만큼이나 가혹한 비난이 쏟아졌다.
시즌 후 만난 나승엽은 "너무 욕심을 부리다보니 타격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안 맞으니까 너무 조급하게 덤비는 타석의 연속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준비 부족이니, 할말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초반에 홈런이 많이 나오다보니 스윙이 커지면서 정교함이 떨어졌다. 마음이 너무 들떴다. 자신감 문제도 있지만, 그게 결국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나승엽이 부진한 사이 한태양 박찬형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고승민이 1루 겸업을 하는 원인이 됐다.
여기에 군복무를 마친 한동희도 돌아왔다. 상무 시절 퓨처스를 초토화시킨 한동희의 타격 재능, 그리고 롯데에 드문 압도적 거포의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1군 무대에서 3루 수비에 약점을 보일 경우 나승엽과 마찬가지로 1루-지명타자를 맡게 된다. 나승엽이 4번타자 후보라곤 하나, 17-17-14홈런을 쏘아올린 바 있는 한동희와 달리 아직 두자릿수 홈런 시즌 하나 없는 입장이다. 결국 나승엽에겐 버거운 경쟁상대가 하나 추가된 셈.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에는 3루 한동희-2루 고승민-1루 나승엽-유격수 전민재-멀티 한태양의 이상적인 라인업이 그려져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은 모두 교체했지만, 타자는 빅터 레이예스 그대로다. 결국 기존 선수들이 해줘야한다는 뜻이다.
나승엽에 앞서 손호영은 이미 '경합' 입지로 밀려난 상황. 마치 과거의 정훈처럼, 내외야 어디든 자리가 비는대로 밀고 들어갈 기세다. 검증된 내야는 물론 중견수와 좌익수 자리에서도 기본적인 수비와 운동능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나승엽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2026년은 '증명'이 필요한 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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