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우리는 '병역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 축구가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회 내내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4강전 상대였던 일본이 21세 이하(U-21) 선수들로 팀을 꾸렸던 만큼 비판의 강도는 더 거셌다. 이들은 2028년 LA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U-21 세대를 투입했다. 2년 뒤를 바라보고 경험 쌓기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두 살 어린' 동생들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나라 육성 정책의 경쟁력만 확인한 셈이 됐다.
물음표가 붙는다. 일본, 우즈베키스탄의 육성 정책을 왜 한국은 도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당장 9월 일본에서 열리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LA올림픽은 그 다음의 얘기다.
절대적인 이유가 있다. 병역특례다. 현행 병역법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선수는 '체육요원' 자격을 얻는다. 기초군사훈련과 544시간의 관련 분야 봉사활동을 이수하고, 자신의 해당 특기분야에 34개월 복무하면 군 복무 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
A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도 올림픽만큼 중요하다. 병역 때문이다. 그 부분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B관계자는 "최근 유럽 국가를 보면 연령별 대표팀 대회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연령별 대표팀을 'A대표팀 육성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다르다. 군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의 메달 가능성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이 더 높다. 요즘은 어린 나이에 해외 진출을 한다. 병역특례는 매우 큰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하며 많은 선수가 병역에서 혜택을 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손흥민(LA 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로테르담) 황희찬(울버햄튼) 등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뒤이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정우영(우니온 베를린) 백승호(버밍엄 시티) 등이 우승을 경험했다. 현재 A대표팀 주축을 이루는 선수 대부분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군 문제를 해결했다.
올림픽에서의 얘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올림픽에서의 성적이 썩 좋지 않다. 2016년 리우와 2020년 도쿄에선 8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2024년 파리올림픽엔 본선 진출권도 획득하지 못했다. 과거 황선홍 감독이 "연령대 대표팀이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지금 연령대 대표팀의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말한 이유다.
축구 흐름은 또 다시 바뀌고 있다. AFC는 현재 2년 주기로 열리는 U-23 아시안컵을 올림픽 시계에 맞추기로 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예선을 겸해 4년 간격으로 열리는 것으로 바뀐다. 또한, LA올림픽부터는 본선 진출팀이 16개국에서 12개국으로 줄어든다.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도 2장으로 달라진다. 올림픽으로 가는 길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방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U-23, U-21) 하이브리드로 운영하면서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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