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중은 '캐릭 매직'이라며 환호하지만, 정작 마이클 캐릭 맨유 임시감독은 차분했다.
맨유는 2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대2로 승리했다. 전반 29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자책골로 리드를 내줬으나, 전반 37분 브라이언 음뵈모의 동점골로 전반을 1-1로 마쳤다. 후반 5분 파트리크 도르구의 골로 경기를 뒤집은 맨유는 후반 39분 미켈 메리노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3분만에 마테우스 쿠냐의 결승골로 2005년 이후 21년만에 아스널 원정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아스널이 단일경기에서 3골을 실점한 건 2023년 2월 이후 3년만이다.
캐릭호는 22라운드 2위 맨시티전(2대0 승) 승리를 묶어 1위와 2위를 연파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캐릭 감독은 루벤 아모림 전 맨유 감독이 14개월간의 재임 기간 동안 단 한 번 이뤄낸 연승을 단 2경기만에 달성했다.
두 경기에서 승점 6을 따내며 승점 38(10승8무5패)을 기록한 맨유는 첼시(승점 37), 리버풀(승점 36)을 끌어내리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를 탈환했다. 불과 2주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캐릭 감독은 맨유 선수 시절 플레이스타일처럼 차분했다. 마테우스 쿠냐가 결승골을 터뜨린 순간 잠시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지만, 기자회견에선 미소를 거두고 맨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캐릭 감독은 "우린 지금의 상황, 지금의 감정과 에너지와 자신감을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겸손하게 우리가 어떻게 두 번의 경기에서 승리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너무 앞서 생각해선 안된다. 너무 앞서 생각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캐릭 감독은 맨유 임시사령탑직을 맡아 전임 아모림 체제의 문제점을 바로잡았다. 아모림 감독이 고집하던 3-4-3 포메이션을 버리고 맨유의 전통적인 4-2-3-1 포메이션을 도입했다. 전력 외 미드필더 코비 마이누를 다시 선발로 기용하고,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더 공격적인 위치로 올렸다.
과감한 결정도 내렸다. 지난여름 거액을 주고 영입한 마테우스 쿠냐를 벤치로 내리고 풀백인 파트리크 도르구를 왼쪽 공격수로 선발 기용했다. 도르구는 지난 2경기에서 모두 골맛을 봤고, 쿠냐는 맨시티전에선 어시스트, 아스널전에선 결승골을 넣었다. 캐릭 감독이 손을 대는 곳마다 마법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레 캐릭 감독을 정식 사령탑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계사 '스카이스포츠'도 이날 경기를 마치고 관련 질문을 건넸다. 이에 캐릭 감독은 "난 내 일을 하러 왔을 뿐이다. 2주 전이었다면 나는 더 큰 그림을 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을 거다. 우린 들뜨지 않을 것이다. 2연승은 엄청난 결과지만,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냐는 'BBC' 매치오브더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캐릭호'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캐릭 감독이 이곳에서 오랫동안 뛰었기 때문에 맨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다. 캐릭 감독은 우리에게도 맨유에서 뛰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이야기했다. 모든 사람이 우리를 맞서려고 해도 우린 경기장에 나가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캐릭의 맨유 시절 동료이자 절친인 웨인 루니는 "캐릭이 지난주 감독직을 맡았을 때, 맨시티와 아스널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둘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캐릭이 부임한 후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기뻐했다.
1월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맨유는 2월 1일 풀럼, 7일 토트넘, 11일 웨스트햄 등 런던 클럽과의 3연전을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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