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식사마 매직'이 베트남을 뜨겁게 달궜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최근 막을 내린 U-23(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3위에 올랐다. '박항서 신화'의 시작이었던 8년 전 준우승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3전승을 거둔 베트남은 4강에서 아쉽게 중국에 패했지만, 3-4위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을 잡는 기염을 토했다. U-23 레벨에서 베트남이 한국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식호의 선전에 베트남이 들썩였다. 대회 내내 팬들은 거리에 모여 "베트남"을 연호했다. 베트남 대표팀 입국 현장에는 수백 명의 팬들이 모였다. 이 과정에서 대회 중 다친 응우옌 히우민의 휠체어를 직접 밀며 들어온 김 감독의 '인간적인' 모습에 찬사가 쏟아졌다.
베트남 정부는 축전을 보내 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노고를 치하했고, 베트남축구협회는 20억동(약 1억1000만원)의 포상금을 냈다. 민간 단위에서 보내준 포상금 규모는 더욱 크다. 앙아질라이 그룹 등이 낸 포상금 규모는 무려 80억동(약 4억4000만원)에 달한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잡았다.
2024년 5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후 김 감독이 쓴 역사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1월 열린 2024년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 7월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른 베트남은 12월 동남아시안게임(SEA)마저 접수하며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김 감독은 세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동남아시아에서 아시아로 무대를 넓혔지만, '식사마 매직'은 멈추지 않았다. 대회 내내 경쟁력을 과시하며, 베트남은 다시 한번 전성시대를 열었다.
김 감독의 성공은 최근 동남아 무대를 누볐던 다른 한국인 감독과는 궤를 달리한다. 박항서 감독 성공 이후 많은 한국인 감독들이 동남아 무대에 진출했고,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귀한 감독들이 실패를 거듭했고, 동남아 성공기에 대한 '거품'도 많이 빠졌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르다. 신태용, 김판곤 감독도 각각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다. 신태용 감독이 한국을 꺾고 올림픽행을 좌절시키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2023년 U-23 아시안컵의 최종 성적표는 4위였다. 김 감독은 나서는 대회마다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김 감독은 존경해 마지 않는 박항서 감독의 성과를 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특히 동남아 많은 팀들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귀화시키며 과거보다 난이도가 올라간 가운데,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베트남은 귀화 효과와는 거리가 먼 팀이다.
김 감독은 전북 현대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베트남에서는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선수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볐고,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박항서 감독에게 자문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베트남 국가를 따라 부를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전북에서 아쉬웠던 전술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전술, 훈련 공부에 몰두한 김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압박과 트랜지션, 세트피스를 강조한 트렌디한 축구를 선보였다.
이제 김 감독의 시선은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김 감독은 "축구는 명성으로 하지 않는다. 이제 베트남은 예전처럼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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