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아쉬움의 눈물은 빙판 위 쾌속 질주에 이미 날아간 지 오래다. 올림픽 무대를 뜨겁게 달굴 '람보르길리' 김길리(22·성남시청)는 이미 시동을 걸었다.
어린 시절부터 쇼트트랙에 남다른 재능을 선보인 김길리는 고교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주니어 대회를 휩쓸며 한국 쇼트트랙의 스타 등장을 예고했다. 김길리는 "처음 스케이트를 탔을 땐 재미로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성적이 나오니까 마냥 신났다"고 했다. 기대받으며 도약한 시니어 무대,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철 체력은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별명도 슈퍼카의 이름을 딴 '람보르길리'다.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도 대단했다.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해 '크리스털 글로브'를 차지했다. 최정상의 자리를 상징하는 '1번 헬멧'을 쓰고 2024~2025시즌 세계를 누볐다. 김길리는 "최고의 자리에 섰던 시즌인 만큼 부담감도 있었지만, 부담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더 성숙해졌다. 내 기준을 다시 세울 수 있었던 시즌이다. 스스로의 장단점을 확인하고 올림픽 시즌에 돌입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했다.
질주를 이어가던 시기,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2월 하얼빈아시안게임에서 시니어 무대 데뷔 후 가장 큰 아쉬움을 삼켰다. 당시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 출전한 김길리는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1위로 달려 결승선을 앞둔 순간 궁리(중국)와 충돌했다. 충돌로 인해 대표팀은 4위로 추락했고, 김길리는 경기 후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여자 1500m와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을 수확했음에도 끝내 웃지 못했다.
아쉬움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김길리는 "당시 마지막 바퀴여서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안정감 있는 레이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힘든 순간은 훌훌 털어버리는 마음가짐이 김길리를 성장시켰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도 매일 쏟아내는 노력의 중요성에만 집중했다. "힘든 것을 마음과 생각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힘들 때는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매일의 루틴을 지키는 것이 나만의 큰 힘이다."
쇼트트랙은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효자종목'이다. 얼음 위 금맥을 이어왔다. 역대 동계 올림픽에서 수확한 메달만 총 53개다. 보는 입장에서는 기대지만, 선수들에겐 부담일 수 있다. 김길리는 태극마크의 무게를 느끼며, 자신만의 레이스를 달리고자 한다. "부담도 되지만, 동시에 자부심이다. 의식하기보단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레이스에 충실하려고 한다."
생애 첫 올림픽이 코앞까지 다가온 시점, 마음속에는 설렘과 책임감이 공존한다. 김길리는 "올림픽은 결과뿐 아니라,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 마음가짐도 모두 기록되는 대회다. 다른 국제 무대와 한 번의 레이스가 갖는 무게감이 다르다. 스스로 떳떳한 레이스를 펼쳤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큰 무대에서 또 한 번의 성장도 꿈꾼다. 마지막까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최고의 선수로 도약하고자 한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선수, 믿고 보는 선수라는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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