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최근 이틀 동안 겪은 행보는 향후 메이저리그 판도와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FA 특급 좌완 프람버 발데스를 3년 1억1500만달러에 영입한 디트로이트는 6일 태릭 스쿠벌 연봉조정심판서 무릎을 꿇었다. 발데스 영입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오프시즌 동안 발데스가 디트로이트와 연결됐다는 현지 보도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던 터다.
스쿠벌 연봉조정문제는 청문회 이전에 타결되거나, 청문회에서 붙더라도 디트로이트가 이길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 보였다. 반대로 스쿠벌은 연봉조정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올시즌 후 FA 시장에서 투수 최초 4억달러를 받아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3명으로 구성된 연봉조정 패널은 3200만달러를 신청한 스쿠벌의 손을 들어줬다. 역대 연봉조정자격을 갖춘 선수의 연봉 최고액이다. 2024년 뉴욕 양키스 후안 소토의 3100만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연봉조정심판서 결정된 연봉 부문서도 2024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1990만달러를 1210만달러나 경신했다.
이번 연봉조정 승부는 논리와 명분의 싸움이었다. 보통 연봉조정에서는 실력이 비슷한 이전 선수들의 연봉 사례들을 놓고 비교 대상을 찾기 마련인데, 스쿠벌의 경우엔 연봉조정 자격 선수들 가운데 참고할 케이스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FA가 되기 전 2년 연속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가 연봉조정심판을 받은 예는 없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스쿠벌은 연봉조정 자격을 가진 투수 뿐만 아니라 현재와 과거의 모든 선수들과 비교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폈다. 조정패널 3명은 이 점을 인상깊게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스쿠벌은 메이저리그선수노조(MLBPA) 8인의 집행 소위원회(executive subcommittee) 소속이다. 선수노조 내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닌 그룹이라고 보면 된다. 이 위원회에는 스쿠벌과 마커스 시미엔(메츠), 크리스 배싯(FA), 제이크 크로넨워스(샌디에이고), 폴 스킨스(피츠버그), 브렌트 수터(FA), 피트 페어뱅크스(마이애미), 세드릭 멀린스(탬파베이)가 소속돼 있다.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스쿠벌은 직전 연봉(1015만달러)의 세 배에 달아는 기록적인 금액을 받아냄으로써 확실한 승리로 구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는 MLBPA에서 가장 파워가 센 소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양측이 이번 심판의 잠재적 의미를 알고 있던 상황에서 스쿠벌은 MLBPA 브루스 마이어 부국장에게 반박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패널은 그의 주장이 일반적으로 안정적이고 선형적인 조정 시스템을 흔들 만큼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12월 1일 현재의 노사단체협약이 만료되기 전 새로운 협약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구단들의 락카웃이 발생하는데, 혹자는 이번 결정을 노사 갈등에 영향을 줄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즉 연말 단체협상에서 선수노조가 강력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새 협약의 뜨거운 쟁점은 선수들이 결사반대하는 '샐러리캡'이다.
어쨌든 스쿠벌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스프링트레이닝을 맞으면 된다.
반면 1300만달러나 낮은 1900만달러를 부른 디트로이트 구단은 곤혹스라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전날 발데스를 평균연봉(AAV) 3830만달러를 주고 데려온데다 스쿠벌에게 3200만달러의 연봉을 줘야 하니 페이롤 부담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연봉전문사이트 Cot's Baseball Contracts에 따르면 이날 현재 디트로이트의 예상 페이롤은 2억3361만4040달러다. 올해 사치세가 부과 기준인 2억4400만달러에 불과 1039만달러로 접근했다.
또 하나는 트레이드 문제다. 디트로이트가 만약 올여름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스쿠벌을 내다 팔 수밖에 없다. 높은 연봉은 트레이드 상대 구단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디트로이트가 받아낼 수 있는 패키지가 작아질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현금을 보전해줘야 한다. 이 역시 재정에 부담이 된다.
디트로이트가 스쿠벌과의 연봉조정청문회 증언을 마친 직후에 발데스를 데려왔다는 건 그를 사실상의 에이스로 삼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즉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스쿠벌을 트레이드할 상황에 대비한 조치라는 것. 그러나 디트로이트의 태도는 모호하다.
파산 기자는 '스쿠벌의 미래에 이번 조정심판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명확하다. 그가 FA가 되기 전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여러가지 물음들이 달린 상황에서 타이거스는 청문회 직후 발데스를 3년 계약으로 영입해 2선발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심판서 패한 타이거스가 스쿠벌과 함께 시즌을 시작하려는 방침을 바꿀 경우 발데스가 대안 에이스가 된다'고 전망했다.
어차피 디트로이트는 FA 스쿠벌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8월 4일)까지 팀 성적을 따라가며 협상 구단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쿠벌은 올해 투수 부문 연봉 순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 잭 휠러(4200만달러), 텍사스 레인저스 제이콥 디그롬(3800만달러), 뉴욕 양키스 게릿 콜(3600만달러), 토론토 딜런 시즈(3500만달러)에 이어 5위에 랭크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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