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이탈리아)=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메달 7개를 혼자 따는 게 아니잖아요." '단풍국 괴물' 윌리엄 단지누(캐나다)의 선언에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성남시청)은 팀에 대한 믿음으로 응수했다.
쇼트트랙은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최고의 '효자종목'이다. 올림픽 역사상 쇼트트랙 종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한 나라도 한국이다. 총 53개를 따냈다. 매 대회 쇼트트랙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쇼트트랙의 상향 평준화, 한국은 더 이상 독보적인 위치가 아니다. 그 중심에 캐나다가 있다. 호적수였던 중국은 더 이상 큰 위협이 아니다.
캐나다는 남자부에선 단지누와 베테랑 스티븐 뒤부아, 여자부에서는 코트니 사로 등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을 보유했다. 올 시즌 이미 경기력으로 한국을 제쳤다.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2차 대회 당시 단지누는 대회 5관왕이라는 최초의 기록을 작성했다. 괴력에 가까운 질주였다. 사로 또한 2025~2026시즌 여자부 월드투어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올 시즌 월드투어 개인 랭킹 3위 안에 아무도 포함되지 못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대회 전 예측에서 캐나다가 무려 4개의 금메달을 수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메달을 두고 여러 차례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캐나다의 자신감은 밀라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단지누는 밀라노에 합류해 훈련하며 "이번 대회 캐나다 팀의 목표는 메달 7개다.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도발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은 총 9개다. 그중 7개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하겠다는 의지는 한국을 포함한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도 밀릴 생각이 없다. 한국의 에이스 최민정은 단지누의 발언에 대한 물음에 "7개 메달을 혼자 따는 게 아니다"며 "내가 목표는 딱 몇 개라고 말하지 못해도, 팀원들을 믿는다. 한국 대표팀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이 강한 캐나다와 달리, 한국은 팀으로서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 훈련에서 캐나다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민정은 상대 실력에 대한 인정도 확실히 했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랑 훈련하니까, 많이 배우고 좋았다"고 했다. 전력 노출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최민정은 이를 일축했다. "경기 시작까지 4, 5일 남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특별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준비한 것만 보여준다면 다른 건 크게 상관없다."
첫 종목인 혼성 계주를 시작으로 최민정은 마지막 1500m까지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동계올림픽 역사에 남을 단일 종목 3연패를 달성한다. 최민정은 "개인적으로 경기 기간이 길다 보니까 천천히 올리려고 한다. 다섯 종목 모두 100%의 상태로 준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의 기량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평창이랑 베이징 때도 잘했기에, 이번에도 하던 대로 한다면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최대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
밀라노(이탈리아)=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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