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1차 라운드 통과 목표를 달성했다. 2009년의 2회 대회 이후 17년 만이다.
기대에 부응한 타자들의 힘도 있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상대 타선을 잘 막아낸 불펜 투수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 중에는 지난 시즌의 성적만 봤을 때 실력 발휘 여부가 미지수였던 투수가 있다. 고우석이다. 지난해 고우석은 마이너리그 32경기에서 2승 1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고우석의 모습을 대회 직전 열린 평가전 때부터 계속 지켜봤다.
고우석의 이번 WBC의 첫 등판은 3월 7일 일본전. 5-5 동점이던 6회말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4번 요시다 마사타카를 시작으로 오카모토 가즈마, 무라카미 무네타카로 이어지는 메이저리거 3명이 연속으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고우석 박동원 배터리는 차분했다. 고우석의 제구도 좋았다. 앞 타석에 커브를 공략해 홈런을 친 요시다를 상대로 4구 연속 몸쪽 직구로 3루수 플라이로 막아냈다. 오카모토에게는 모두 바깥쪽 변화구로 유격수 땅볼. 무라카미를 상대로는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서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2루쪽으로 이동한 유격수 김주원의 수비위치도 좋았다.
야간경기였던 일본전 다음날, 대만전은 낮 12시 경기였다. 고우석은 대만전에 앞서 "연투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라며 웃었다. 대만전은 접전이었다. 고우석은 4-4 동점이던 9회초에 등판했다. 고우석은 일본전에서 타자 3명, 대만전에서 타자 6명을 상대하며 단 한명에게도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지 않는 좋은 결과를 남겼다.
고우석은 이번 대회에 완벽히 자신이 있는 상태로 합류한 게 아니었다. 3월 5일 체코와의 경기 전, 도쿄돔 불펜에서 선발투수들과 함께 가볍게 연습 투구를 했다. 그리고 3월 7일 일본전에 앞서 "잘 만들어야 하는데 구속이나 구위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기에 나가면서 타자와 상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올라갈 것 같습니다"고 이야기했다.
고우석은 실제 일본전에서 경기를 통해 좋아졌다. 요시다에 던진 직구 4개는 모두 구속 150㎞대. 무라카미에 유격수 땅볼을 유도한 공은 154㎞였다. 일본의 해설위원들도 "구위가 좋다"고 감탄했다.
3월 9일 호주전에서 7대2로 이기고 마이애미행을 결정지은 한국선수들. 경기 후 도쿄돔 복도에는 미소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고우석도 "기적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8강전 이후 무대는 미국이다.
고우석에게 미국에서 던진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물어봤다. 고우석은 고개을 흔들며 겸손한 말투로 "저는 마이애미에 있었는데 마이너 생활을 했고, 그 구장(론디포 파크)에서도 던진 적이 없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라며 웃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17년 만에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서는 8강전은 3월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각)에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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