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직 어린 선수지만, 확실히 타격에 재능이 있다."
조심스럽지만, 만족감이 엿보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보증한 타격 자질이 빗방울로 어둑어둑한 부산 하늘을 수놓았다.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KT는 외국인 투수 보쉴리의 뒤를 이어 박지훈 원상현 한승혁 등 필승조 불펜들이 컨디션 체크에 나섰다.
하지만 승부는 6대6 무승부. 경기 내내 빗줄기가 오락가락했다. 오한을 느낀 선수들이 선수 보호차 교체되기도 했다.
8회초 도중 쏟아진 소나기가 결정타였다. 양팀 사령탑과 심판이 모여 머리를 맞댄 끝에 8회 강우콜드, 6대6 무승부가 선언됐다. 금요일을 맞아 현장을 찾은 부산 야구팬들의 아쉬움 속에 결국 경기가 마무리됐다.
KT는 1회초 2점을 선취하며 앞서갔지만, 3회말 2-3 역전을 허용한 이래 3-5, 5-6으로 동점을 만들었다가도 다시 점수를 내주며 시종일관 끌려갔다.
하지만 21세 포수 김민석의 한방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김민석은 7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볼카운트 1B1S에서 롯데 투수 정현수의 3구째 139㎞ 직구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의 아치를 그려냈다. 이후 8회초 도중 경기가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 시범경기라곤 하나 KT로선 천금같은 한방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우린 1군 포수가 3명 필요하다. 장성우가 지명타자 로테이션에 들어가니까"라며 ""타석에서 여유가 있다. 스윙도 확실히 한방이 있다. 다만 수비는 좀 아쉽다. 그래서 오히려 경기 후반 대수비보다는 선발로 나오는 게 낫다"며 고민의 이유를 설명했다.
FA 한승택이 수비력에서 확실한 가치를 보여주지만, 최근 허리통증으로 휴식중이다. 타선 운영을 감안하면 김민석 같은 공격형 포수가 한명 있으면 좋다. 다만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수비 기본기에 앞선 조대현의 경쟁력도 만만찮다.
과연 사령탑이 눈여겨볼만한 재능이었다. 벼락처럼 파워가 실린 스윙에 125m를 날려보낸 힘도 돋보였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MVP는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데뷔 이래 아직 1군 출전 경험조차 없는 2005년생 포수가 비록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KBO 공식전 홈런 기록을 새겼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7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선수라는 점. 향후 LG 문성주(2018년 전체 97순위)처럼 '97순위의 기적'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경기 후 김민석은 "1군 시범경기는 한국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며 기뻐했다.
"우리팀도, 상대팀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김현수 선배님과 장성우 선배님도 많이 가르쳐주시고 피드백도 주신다. 너무 좋은 경험이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김민석은 "안타가 계속 안 나와서 조급함 마음도 있었다. 감이 안 좋고 잘 안 맞았는데, 그 타석에는 직구만 보고 들어갔다. 이번엔 반응이 잘되면서 홈런이 나왔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다만 이날 수비에서는 5회 포일을 기록하는 등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향후 장재중 KT 배터리코치의 집중 조련이 이뤄질 전망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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