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불과 열흘 전, 2026 WBC 마운드에서 한국 타자들을 상대했던 호주 국가대표 투수 잭 오러클린(26)이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팔꿈치 수술로 이탈한 맷 매닝을 대체할 삼성 라이온즈의 단기 외국인 투수로 낙점된 오러클린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17일 SSG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랜더스필드에 나와 새 동료들과 캐치볼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긴박했던 계약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러클린의 삼성 합류 과정은 드라마 한 장면 같았다.
WBC 대회를 마치고 일본에 머물던 그는 미국 구단들과 협상이 진전이 없자 호주로 돌아가기 위해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위탁 수하물을 부치고 보안 검색대와 세관 통과를 마친 뒤, 면세구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찰나.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오러클린은 "호주행 비행기를 타기 일보 직전이었다. 면세구역 안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고 이 기회를 꼭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미 출국 심사가 끝난 상황. 다시 공항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했다.
오러클린은 게이트 보안 요원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다른 승객들의 탑승이 모두 끝날 때까지 하염 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는 "보딩이 끝난 후 별도의 보안 요원 인솔 하에 이동했다. 체크인했던 짐을 다시 찾고, 다시 일본 입국 심사를 거쳐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정말 까다로웠지만 한국행을 향한 설렘이 더 컸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이틀 후 행선지를 호주가 아닌 한국으로 바꿔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우선 미국 쪽에 계속 컨택을 하고 리스트 업을 미국에서 하다 틀어지면서 그 이후에 컨택을 한 걸로 알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연락 배경을 설명했다.
WBC에서 한국을 상대한 지 열흘 만에 한국 리그의 일원이 된 오러클린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지만, 삼성 라이온즈를 위해 뛸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긴박한 과정 끝에 한국 땅을 밟은 오러클린. 피곤한 과정이었지만 의욕 충만이다.
밝은 표정으로 "내가 상대한 한국팀은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팀이었다"며 "개인 능력도 다 좋을 뿐더러 상대할 때마다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오러클린은 곧바로 팀에 합류해 시범경기 일정과 컨디션을 조율할 예정이다.
박진만 감독은 "몸 상태는 바로 게임을 뛸 수 있을 만큼 좋은 것 같더라"며 "오는 금요일 창원 경기 2차전에 2이닝 40구 정도 계획을 잡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긍정적으로 빨리 데려와 뛸 수 있는 선수를 선택했던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구역에서 유턴할 만큼 강력했던 그의 한국행 의지가 삼성 마운드에 벌써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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