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박)찬호 형한테 오늘(22일) 몸쪽 많이 던질 거라고, 데드볼(사구)도 맞출 수 있다고 했죠(웃음)."
농담 섞인 살벌한 경고. KIA 타이거즈 우완 황동하는 예고대로 두산 베어스 박찬호를 타석에 얼어붙게 했다. 박찬호는 황동하와 3차례 맞대결에서 우익수 뜬공, 3루수 병살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황동하는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2구 1안타 4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양팀 투수들의 무실점 릴레이 호투 속에 0대0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에 앞서 박찬호가 KIA 더그아웃과 라커룸을 방문했다. 21일도 마찬가지였다. 박찬호는 지난해까지 KIA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다 올겨울 FA 시장에 나와 두산과 4년 80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특급 대우를 받고 두산에 잘 갔지만, 12년 정든 친정팀이 그리운지 KIA와 2연전 내내 원정팀 더그아웃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찬호가 와서 절도 하더라"며 웃은 뒤 "(두산은) 자기 능력을 인정해 준 팀이다. 그런 팀에 갔을 때 여기 있을 때 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더 준비를 잘해서 좋은 선수라는 것을 또 한번 보여줘야 해서 아마 심리적 부담이 클 것이다. FA로 많은 돈을 받고 팀을 옮긴다는 게 그만큼 심리적인 게 크다"며 이해했다.
황동하는 그런 박찬호에게 더 부담감(?)을 안겼다.
황동하는 "찬호 형한테 오늘 몸쪽에 많이 던질 거라고, 데드볼 맞출 수도 있다고 했다. 몸쪽 몇 개 던지니까 찬호 형이 무서워서 안 치는 것 같았다. 전략이 잘 먹힌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이날만큼은 박찬호와 맞대결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황동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열한 5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는 김도현에게 밀려 불펜에서 시즌을 맞이했고, 그러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기간 이탈하면서 시즌을 망쳤다.
올해는 프로 2년차 신예 김태형과 또 5선발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이 감독은 아직 5선발이 누군지 명확히 밝히진 않은 상태다. 황동하는 이날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인 만큼 좋은 이미지로 마무리해 눈도장을 잘 찍는 게 중요했다.
무실점하긴 했지만, 볼넷을 많이 내준 게 걸렸다. 오히려 지난 16을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4이닝 4실점 했을 때보다 밸런스가 안 좋았다고.
황동하는 "오늘 컨디션도 별로였고, 밸런스도 안 맞았는데 어찌저찌 잘 막아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사실 오늘보다 이전 경기가 더 좋았다고 나는 느꼈다. 차라리 전에 좋았던 점을 기억하며 다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의 주문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 더 집중한 것은 결과가 좋았다. 베테랑 이태양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황동하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 너무 느슨하게 던지지 않고, 삼진 잡으려고 던지고 코스 보면서 집중해서 던졌던 게 괜찮았던 것 같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 너무 생각 없이 던졌던 것 같다. 과감한 것은 좋은데, 너무 막 던지고 타자가 놓치고 있는 공 말고 다른 구종을 던지니까. 그런 것에 미스가 많다고 그런 것을 고치면 좋겠다고 (이태양이) 말해줬다. 오늘 그런 게 잘돼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마운드에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지, 5선발은 누가 될지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황동하는 "항상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감독님한테 보여준 것 같아서 후회는 없다. (5선발이) 안 되더라도 후회 없이 다 보여준 것 같다. 팀을 위한 선택을 감독님이 하시는 것이다. 선발이 안 되더라도 중간에서 던지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김)태형이가 선발을 던지면 태형이가 잘 던져서 들어간 거니까 그냥 응원해 주고 있다"고 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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