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스리백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마주할 강호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비'는 옵션이 아닌 필수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지난해 여름 본격적으로 스리백 카드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수비 전술을 팀에 입히기엔 1년이란 준비 기간이 짧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승점 1점이 소중한 월드컵 예선에서 스리백을 실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포백을 선호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을 약 7개월 남겨둔 시점에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해 결국 단단한 스리백으로 '4강 신화'를 이룬 바 있다. 당시 스리백의 중심축을 이룬 선수가 현 대표팀 감독인 홍명보였다.
히딩크 감독은 수비 플랜의 변화에 있어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준비하느냐 보단 '어떻게' 연구하고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한국 축구에 남겼다. 월드컵을 70여일 남겨둔 현재, 홍명보호는 '어떻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각) '가상의 남아공' 코트디부아르와의 친선경기에선 스리백의 문제점을 노출하며 0대4 완패했다. 조유민(30·샤르자)은 전반 두 차례 일대일 수비에 실패해 멀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후반에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양현준(24·셀틱)의 치명적인 실수와 수비진의 집중력 문제로 2골을 더 헌납했다. 패인을 공수 효율성 저하에서 찾은 홍 감독은 일단 플랜A로 삼은 스리백을 다시 포백으로 전환하기보단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라며 스리백 유지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남은 시간 스리백을 '어떻게' 바꾸고 다듬어가느냐에 월드컵 성패가 달렸다. 4월 1일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온에서 열리는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은 코트디부아르전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수비 핵'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의 위치와 파트너부터 손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민재는 스리백의 정중앙인 스위퍼보다는 왼쪽 스토퍼 자리가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지난 A매치 경기에서 수차례 보여줬다. 김민재를 가운데에 두면 수비 중심이 잡힐 것 같지만, 넓은 공간 커버와 거침없는 전진 수비, 롱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와 같은 김민재의 장점을 도리어 죽이는 경향을 보인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양 측면이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상황에서 김민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었다. 김민재가 스토퍼로 옮길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겸할 수 있는 박진섭(31·저장)을 스위퍼에 배치하고, 우측에 스피드와 공중볼 장악 능력을 겸비한 이한범(24·미트윌란)을 배치하는 편이 나아보인다. 이한범은 지난 2년간 유럽클럽대항전을 꾸준히 누비며 수준급 유럽 공격수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다. 김민재를 우측에 세우고 왼발잡이 김태현(가시마) 혹은 김주성(이상 26·히로시마)을 왼쪽 스토퍼로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상 회복이 더뎌 소집 해제된 옌스 카스트로프(23·묀헨글라트바흐)의 왼쪽 윙백 기용 계획이 무산된 만큼 양현준의 과감한 선발 기용도 고려해 봄 직하다. 홍명보호 스리백은 지금까지 사실상 수비적인 파이브백 형태를 띠었다. 양현준이 90분 동안 활발한 오버래핑을 보여준다면,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더욱 생기를 얻을 수 있다. '윙백'은 '백'(수비) 보단 '윙'(날개) 역할에 치중할 때 빛난다. 설영우(28·즈베즈다)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보여준 바다. 수비의 키는 '김민재와 2000년생 아이들'이 맡는 편이 현재로선 최선이 아닐까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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