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밥 먹을 자격이 없습니다."
KIA 타이거즈 좌완 김범수는 지난달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구원 등판해 0이닝 2안타 1볼넷 3실점(2자책점)에 그쳤다. KIA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정식 경기였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을 텐데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고, 김범수가 무너지면서 뒤에 나온 필승조 정해영, 조상우도 줄줄이 흔들려 6대7 끝내기 패했다.
김범수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KIA와 3년 20억원에 계약했다. 2015년 1차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원클럽맨의 길을 걸을 줄 알았지만, 시장에 나오면 마음처럼 상황이 움직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난 1월 말 스프링캠프 출국 직전까지 고심하던 김범수는 KIA에서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
김범수는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비장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한화를 떠난 명분을 찾기 위해서는 KIA에서 성공이 필요했다. 또 본인을 믿고 20억원을 투자한 KIA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했다.
KIA는 지난해 좌완 필승조 곽도규가 시즌 초반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은 이후 새로운 카드가 나타나지 않아 고민이 깊었다. 최지민을 계속 썼지만, 한번씩 흔들리는 제구 문제가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다. 올해는 김범수가 승리할 때 좌타자들을 잘 묶어 준다면, 지난해보다는 불펜 운용이 수월할 듯했다.
김범수 본인도 간절히 기다렸던 이적 첫 등판. 하지만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컸던 탓인지 김범수답지 않은 투구가 나왔다.
김범수는 경기를 마치고 숙소 사우나에서 만난 손승락 수석코치에게 "밥 먹을 자격이 없다"고 자책했다.
김범수는 지난달 31일 잠실 LG 트윈스전 7-2로 앞선 8회 마운드에 다시 섰다. 이틀 동안 머리를 잘 식히고 돌아온 걸까. 김범수는 1이닝 2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3타자를 깔끔히 처리했다. KIA는 경기 끝까지 5점차를 유지해 개막 2연패를 끊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한화를 떠나 처음 웃은 김범수. 이제는 편히 밥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KIA와 처음 계약했을 때 비장했던 각오가 다시 생각나는 밤이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고, 스스로 다짐했던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경기에서 KIA의 승리를 지킬 예정이다.
"단장님과 인사하고 사인을 했는데 '우리 구단을 선택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닙니다. KIA에서 나를 선택해 주셔서 더 감사하다. 나는 정말 많이 던지고 싶다. 나는 공을 최대한 많이 오래 던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언제든지 편하게 그냥 마음껏 던지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답했다. 단장님이 '듣던 중 제일 반가운 소리'라고 장난식으로 그런 대화가 오갔다. KIA도 나의 그런 능력을 중요시해서 데려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KIA에서 그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고 싶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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