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우선 경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다운된 기분을 풀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11일 아시아쿼터 내야수 제리드 데일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KIA가 영입할 당시 주목한 데일의 강점은 수비력이었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두산 베어스)가 FA 이적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안정감이 빼어나다는 것. 유격수는 수비가 최우선인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데일 영입 당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으면 절대 못 뽑는다. 데일은 (박)찬호랑은 유형이 다르다. 과거 유격수였던 손시헌 코치가 반반 섞인 느낌이다. 공격적인 부분도 있고, 자연스러운 부분도 있고. 자세가 상당히 좋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막과 함께 믿었던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 2군, 호주프로야구(ABL) 경험이 전부인 선수다 보니 한국의 144경기 체제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2026년 WBC에 호주 국가대표로 출전한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었다. 데일은 실책이 잦아지자 자진해서 펑고 훈련을 더 받는 열의를 보였는데, 바로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데일은 1군에서 유격수 수비 실책 7개, 2루수 수비 실책 2개를 기록했다. 34경기 실책 9개는 가볍게 넘어갈 수치는 아니었다.
KIA가 데일에게 바란 것은 한 가지였다. 내년에 김도영이 유격수로 완전히 전환하기 전까지 1년의 공백을 채워주는 것. 데일은 개막 한 달여 만에 사실상 주전 유격수 불가 판정을 받았고, 마침 김선빈의 다리 상태도 좋지 않아 2루수로 옮겨 부담을 덜어줬는데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타격 역시 박민 정현창 김규성 등 내야수 경쟁자들을 압도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타율 2할5푼6리(117타수 30안타), 1홈런, 6타점, OPS 0.644를 기록했다. 개막 후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가기도 했지만, 타구 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데일이 2군으로 내려간 초반에는 경기에 나서지 않고 훈련만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도록 배려했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자마자 아시아쿼터 교체설이 돌 정도로 데일을 향한 여론은 이미 좋지 않았고, 선수도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심리적으로 쫓기면 당연히 그라운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이 감독은 "데일은 함평에서 수비와 타격 훈련을 조금 더 많이 시키려고 한다. 우선 경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다운된 기분을 푸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데일은 17일과 18일 함평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해 1군 복귀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틀 모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는데, 2경기에서 실책 3개를 기록했다. 함평 그라운드가 익숙하지 않다고 하기에는 실책 수가 여전히 많다. 아직은 KIA의 고민이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타격은 17일은 4타수 2안타 2득점, 18일은 4타수 1볼넷 1삼진 1득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데일을 2군으로 보낼 때 "열흘 정도 빼려고 한다"고 했다. 곧 열흘을 채우면 이변이 없는 한 바로 1군에 등록할 듯하다. 데일은 1군 복귀 후에는 존재 가치를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이길 수 있을까. 최근 KIA 젊은 내야수들의 활약이 나쁘지 않은 가운데 데일이 정당하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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