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작의 막이 오른다.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탄생한다. 전 세계적 경제 불황 이슈 속 각계 각층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국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바람이자 고민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흐름이 있다. 이제 더 이상 '단순히' 잘 지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진지하게 묻고 대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 웰니스(Wellness), 저속노화 등의 단어가 트렌드가 된 이유다. 스포츠조선은 그 해답을 찾아 스포츠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로 떠났다. 그곳에서 생활체육 현황, 글로벌 스포츠 산업 시장의 흐름을 봤다. 이를 바탕으로 새 시대 국민 건강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소통과 통합의 해답이 될 수 있는 체육 현안에 대해 고민과 방향성을 제안한다. 스포츠조선은 3회에 걸쳐 생활체육 및 학교체육 등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얘기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조선이 '스페셜 리포트'를 위해 탐방한 독일은 자타공인 생활체육 선진국이다. 11만 개가 넘는 스포츠클럽, 전 인구의 3분의1에 달하는 남녀노소 2800만명이 회원이다. 여섯 살에 집 근처 스포츠클럽에서 자전거 면허를 따고, 마흔일곱 살에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는 크리스티안씨도, 평생 외발자전거를 즐기는 한나씨도 스포츠가 일상인 '아주 보통의' 독일인이었다. 독일의 스포츠클럽은 지역 커뮤니티의 허브로 운동과 친교의 장이자 공동체 결속, 사회통합, 세대간 소통을 이끄는 플랫폼이다. 1990년 통일 독일에서 스포츠클럽이 사회통합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듯, 스포츠는 오는 6·3 대선 이후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을 위한 최고의 매개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 함께 달리면서 소통하고 존중하는 통합의 스포츠맨십이 절실하다. 초고령, 인구소멸, 양극화, AI 등 격변의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동력이 될 일상의 스포츠, 통합의 스포츠를 위해 새 정부에 바라는 5가지 제언이다.
첫째, 사회통합과 소통을 위한 스포츠 정책 및 스포츠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에서 평생 부담없이 스포츠를 누릴 시설과 프로그램이 필수다. 건강한신체활동연구소장 김승환 박사(스포츠교육학 전공)는 "독일에서 스포츠는 밥처럼, 공기처럼 당연하다. 반면 우리는 생활체육을 강조하지만 입시, 학업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여가시간 확보가 어렵고, 신체활동을 일상이 아닌 개인의 '추가적 선택'으로 여긴다. 여성, 노인, 장애인의 체육 참여율도 낮고, 스포츠 시설의 경우 지역간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했다. "지역 중심의 생활체육 인프라 구축 및 지속 가능한 재정지원 체계 마련, 지역사회 기반 스포츠클럽의 민간 주도-공공 지원 방식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일반학생의 운동권 보장과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공교육 내 초중고 일반학생들의 체육수업 시수 확대(주 3회 이상),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신체활동 강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평생 운동·건강습관이 형성되는 유·청소년 시기의 신체활동을 더는 방치해선 안된다. OECD 청소년 신체활동 지수 '만년 꼴찌', 행복지수 최하위, 자살률 1위의 오명은 어른들과 교육의 책임이다. 또 학생선수의 공부는 '최저학력제' 등 천편일률적 규제나 강압적 방식이 아닌 적극 지원 방식이어야 한다. 고 이어령 교수의 말처럼 모두가 한 방향으로 뛰면 1등이 한 명뿐이지만 360도로 뛰면 360명이 1등을 할 수 있다. 국영수 성적을 줄세워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방식이 아닌, 부족한 과목은 메워주고 원하는 커리큘럼을 지원하는 맞춤형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셋째,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인구소멸, 지방소멸의 해법으로 스포츠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포츠와 결합한 지자체 콘텐츠, 이벤트 개발이 필요하다. 스포츠케이션(Sports Vacation·스포츠와 휴가, 여행의 융합) 컨셉트로 '3대3농구 핫플'이 된 삼척시, 스포츠 이벤트 유치로 연 22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인구 2만의 양구군을 통해 이미 효과는 입증됐다.
넷째, 모두의 '학교체육 활성화'다. 교내 축구부에 여학생은 여전히 '깍두기'지만 학교 밖 스포츠클럽에선 여학생 풋살클럽이 인기폭발이다. 장애학생의 70%가 일반학교에 진학하는 현실, 장애학생은 학교체육에서 여전히 소외된다. 누구나 체육시간에 원하는 스포츠 하나쯤은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환경, 서울림운동회처럼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하는 통합체육 프로그램이 공교육 내에 자리잡아야 한다. 평창패럴림픽 레거시인 전국 150개 반다비체육관을 기반 삼아 장애인 누구나 일상의 스포츠를 즐길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도 새 정부의 과업이다.
다섯째,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0만, 초고령화 시대에 50~64세 '프리 시니어'와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스포츠 전문 시설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운동과 근력은 행복한 노년과 직결된다. 생명 연장이 아닌 '삶의 질' 문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체육예산 확대다. 모든 정책은 돈이 수반돼야 한다. 2025년 대한민국의 체육예산 1조6751억원은 국가 전체 예산(약 673조원)의 0.25%. 스포츠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체육예산의 80%를 차지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기금사업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7월 1일 공영화된다. 구매 상한액, 발매 시간(24시) 확대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연간 6조 규모의 매출을 더 끌어올리고 이를 체육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스포츠와 건강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스포츠 수요가 폭발했다. 현장에선 가파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공교육과 정치는 멈춰서 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달성했고, K리그 유료관중수는 2년 연속 300만명을 돌파했다. 전국 350여개의 마라톤 대회는 조기매진되고, 러닝 인구는 1000만명, 러닝화 시장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동네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파크골프장은 연일 예약전쟁이다. MZ세대는 '헬시 플레저', 시니어 세대는 '저속노화' 열풍 속에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440억원에서 2030년엔 25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3월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주최한 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엔 역대 최다 4만3000여명이 운집했다. 스포츠 산업 발전의 자생적 기반이자 놓쳐선 안 될 천금의 기회다.
AI, 초개인화 시대, 스포츠의 가치는 대체불가다. 스포츠는 단순히 경기가 아니라 일상이며 삶이자 건강이다. 교육, 건강, 산업과 융합해 지역의 균형발전, 사회통합과 소통, 공감을 이끄는 최고의 도구다. 미래의 먹거리, 살거리이자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최고의 습관이자 유산이다. K-스포츠는 힘이 세다. 국민들은 준비됐다. 누구나 일상에서 스포츠를 누리고, 일생을 스포츠와 함께 하는 나라, 해외사례를 언급하지 않아도 될 스포츠 선진국을 만드는 건 새 정부와 정책의 몫이다. 대한체육회는 새 정부를 향한 '8대 체육정책' 제안서에 '노 스포츠, 노 퓨처(No Sports, No future)'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스포츠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전영지 기자
2025-05-29 09:0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