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제구로 땅볼 유도…키움 메르세데스의 '부드러운 드라이브'
KBO리그 데뷔전 5⅓이닝 2실점…"내 장점은 땅볼 유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새 외국인 투수 C.C. 메르세데스(31)는 성(姓) 때문에 일본과 대만에서 뛸 때부터 명품 차와 관련한 별명으로 불렸다.
여러 KBO리그 구단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 있다가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된 메르세데스는 데뷔전부터 정밀한 '핸들링'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투구를 자랑했다.
메르세데스는 지난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신장 188㎝의 당당한 체구는 '강속구 투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선수다.
메르세데스는 두산전에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공을 던졌고,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2㎞에 머물렀다.
10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메르세데스는 "몸 상태가 좋은 가운데 마운드에 올라가서 경기했다. 한국에서 첫 경기는 무척 재미있었고 기분 좋게 끝냈다"고 돌아봤다.
메르세데스는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했으나 불펜 난조로 팀이 4-6으로 패해 승리는 놓쳤다.
그러나 "야구는 원래 그런 것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메르세데스는 "중요한 것은 팀이 함께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승리는 다음에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메르세데스는 아시아 야구에 정통한 선수다.
2012년 미국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던 그는 2017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옮겼다.
그리고 지난해 지바롯데 머린스까지 일본 야구에서만 8시즌을 뛰었다.
올해는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스 유니폼을 입고 14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2.57의 수준급 투구를 펼치다가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메르세데스는 가장 큰 장점은 땅볼 유도다.
두산전에서도 그는 16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7개를 땅볼로 처리했다.
삼진은 5개, 뜬공은 3개, 나머지 1개는 희생 번트였다.
메르세데스는 "두산 타자를 상대로 땅볼을 많이 유도해서 만족한다. 내 장점이 발휘된 경기"라고 말했다.
최근 KBO리그는 알렉 감보아(롯데 자이언츠)처럼 시속 150㎞ 중반대 강속구 투수가 유행이다.
이들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믿고 스트라이크 존 근처로 강한 공을 던진다.
메르세데스는 과거 키움에서 뛰었던 앤디 밴 헤켄, 에릭 요키시처럼 정교한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왼팔 투수다.
그래서 ABS 적응이 중요하다.
메르세데스는 "내가 생각하는 스트라이크 존 과 조금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복기한 뒤 "어쨌든 ABS 시스템이 정한 존이 있으니까, 거기에 적응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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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5-08-11 08: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