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왕-올스타' 각광받던 이정후, 팬투표 NL 외야수 20위권 밖 안보인다...3할 도달하려면 얼마나 잘 쳐야 하나?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스프링트레이닝서 건강한 몸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리자 현지 매체들은 그가 올시즌 3할 타율을 때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이정후가 타격왕에 오를 수도 있다는 다소 과장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컨택트 능력이 워낙 뛰어나니 아프지만 않다면 3할 타율에 타격 타이틀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통계 전문 매체 팬그래프스의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예측 시스템 '스티머(Steamer)'는 이정후가 올시즌 114경기에 출전해 503타석에서 타율 0.295(458타수 135안타), 11홈런, 60타점, 60득점, OPS 0.794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타율은 양 리그를 합쳐 5위에 해당했다.
또 다른 예측 시스템 ZiPS는 103경기, 449타석, 타율 0.279(409타수 114안타), 7홈런, 50타점, 48득점, OPS 0.737을 예상치로 내놓았다. 두 시스템 모두 지난해 시즌 초반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고 제대로 시즌을 치르지 못한 이정후에 대해 빅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셈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이 예측은 맞아 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이정후는 4월 말 현재 타율 0.319(116타수 37안타), 3홈런, 18타점, 23득점, OPS 0.901을 마크했다. NL 타율 '톱10'을 꾸준히 유지했다. MLB.com은 이정후를 비롯한 타자 6명은 올시즌 반드시 3할을 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5월 들어 끓어오르던 이정후의 방망이는 차갑게 식었다. 5월 한달간 타율 0.231에 그쳤다. 3경기 연속 무안타를 포함해 5월 27경기 가운데 무려 9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6월 들어서는 더욱 들쭉날쭉하다. 지난 16일 LA 다저스전까지 13경기에서 타율 0.205(44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더구나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재발해 지난 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결장했다.
3번 타순을 내준 그는 지난 1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부터는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다. 밥 멜빈 감독은 올초 스프링트레이닝서 이정후를 3번 타자에 기용해 찬스에서 그의 컨택트 능력에 기대를 건다고 했지만,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가 떨어지고 이정후도 하락세를 나타내자 그의 타순을 4번, 2번, 1번으로 잇달아 변경했다.
이정후는 지난 5월 1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서 시즌 6호 홈런을 터뜨린 뒤 27경기 연속 대포를 추가하지 못했다. 거포는 아니지만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하드히트와 정타 비율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정후의 타구속도(exit velocity)는 4월 90마일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88.0마일로 느려진 상태다. 37경기를 뛴 지난해 89.1마일보다 1마일 이상 감소한 것이다.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최근 다저스와의 원정 3연전서 13타수 1안타에 그치면서 타율이 0.265로 더욱 하락했다. 5~6월에만 타율 0.224(152타수 34안타)로 부진했다.
이런 까닭으로 이정후는 팬들의 시선에서도 멀어졌다.
이정후는 이날 MLB가 발표한 올스타 1차 팬투표 중간집계 결과 NL 외야수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2차 팬투표에 외야수는 6명이 진출하는데, 이는 커녕 투표 대상 NL 외야수 45명 중 20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NL 외야수 '톱6'는 시카고 컵스 피트 크로우-암스트롱(112만6119표), 컵스 카일 터커(70만4740표), 다저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68만5553표), 뉴욕 메츠 후안 소토(62만5618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코빈 캐롤(59만7805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59만6363표) 순이다. 20위인 신시내티 레즈 오스틴 헤이스는 12만8220표로 6위 아쿠냐 득표의 4분의1 수준도 안된다.
이날 공개된 득표 현황서 이정후의 득표는 알 수 없으나, 10만표도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여름 레이스를 어떻게 버티느냐다. KBO 시절 풀타임 시즌을 수없이 치렀지만, 162경기의 메이저리그 레이스는 이동거리, 시차, 음식 등 차원이 다르다.
이정후가 3할 타율로 시즌을 마치려면 남은 경기에서 얼마나 잘 쳐야 할까.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타수를 늘려간다면 이정후는 앞으로 335타수를 더 치게 된다. 3할이 되려면 110안타를 더 추가하며 된다. 즉 남은 시즌 필요한 타율은 0.328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2025-06-17 10:3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