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상 최대 무역흑자는 오히려 독?…"보호무역 촉발 가능성"
SCMP, 로듐그룹 보고서 인용 보도…"성장률 목표 달성에 장애"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올해 사상 최대 무역 흑자가 내년에 국제사회의 보호무역주의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 및 정책분석 전문 싱크탱크인 로듐그룹의 공동 창립자 다니엘 로젠을 포함한 연구진이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올해 1∼11월 중국의 기록적인 무역 흑자가 향후 여타 국가들의 보호주의적 반발의 전조가 될 수 있고, 이는 중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이 기간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는 1조759억달러로 12월을 제외하고서도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달러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같은 사상 최대 규모 무역흑자로 중국이 역풍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로젠 로듐그룹 공동창립자는 우선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 4월 이후 매달 전년 대비 20∼30% 감소했지만, 아프리카·유럽연합(EU)·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으로 수출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 대비 달러 환율 하락, 그리고 만연한 중국 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등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으로 중국이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선을 다변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고서는 내년에도 수출 실적이 여전히 중국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대국의 전체적인 수요 약화와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인해 중국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 자료를 보면 올해 첫 9개월간 중국의 순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했지만, 세계 무역에서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조성될 경우 중국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에 선진국의 외부 수요가 지속해서 둔화하고 재고 누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국 수출에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유럽 등은 작금의 중국 무역 관행에 더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이미 중국 상품 수입에 부과된 제한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수출 이외에 중국 내 제조업, 인프라, 부동산 등 고정자산 투자의 침체도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오랜 기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장기적인 부동산 투자 감소 속에서 중국의 제조업 성장률이 작년 9.2%에서 올해 1∼11월 1.9%로 하락했으며, 중국 당국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또 중국 당국이 미래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소비 촉진을 외치면서도 실효적인 조치는 많지 않아 소비 성장세는 내년까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젠 공동 창립자는 "베이징 당국이 지난 9월 서비스 소비 촉진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지만, 이런 조치가 내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더 근본적인 개혁 조치가 있어야 소득 증가를 촉진하면서도 중국의 높은 저축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내년 GDP 성장률을 '약 5%'로 전망하고 있으나,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중국의 사상 최대 무역흑자 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촉발 등의 변수를 고려해 내년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실제 모건 스탠리는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4.8%로 전망했다.
kjihn@yna.co.kr
<연합뉴스>
2025-12-23 11: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