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중 7명 "이주민과 통합 필요"…과반은 '정책부족' 평가
성인 다문화 지수, 9년 만에 반등…청소년 지수 첫 '하락'
여성가족부, '2024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국민 10명 중 7명은 이주민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증진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은 정부가 이주민의 사회통합을 적극적으로 증진하기 위한 정책을 충분히 펼치고 있는지에 대해 부족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5일 발표한 '2024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이주민 통합 증진의 필요성에 73.5%가 동의했지만, 정부 정책의 충분성에는 52.6%만 긍정한다고 답변했다.
청소년(고등학생) 역시 73.8%가 이주민 통합 증진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정부 정책의 충분성에 동의하는 비율은 57.0%로 낮았다.
이주민 통합 문항은 이번 조사에서 신설됐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6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커지면서 세부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이주민 증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성인의 65.6%와 청소년의 68.6%가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성인의 긍정 판단 이유는 인력난 일자리 해결(78.3%), 인구감소 완화(67.3%), 아이디어 제공 및 혁신(45.9%) 등 순이다. 청소년의 경우엔 인력난 일자리 해결(83.5%), 문화생활의 다양성(75.5%), 인구감소 완화(72.2%) 등의 순으로 답변했다.
반면 부정적 영향에 관한 의견은 성인과 청소년 모두 복지체계 부담, 사회갈등 발생, 범죄 문제 악화, 일자리 경쟁 증가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이주민 포용 정도를 살필 수 있는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성인의 경우 9년 만에 반등했다.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3년 주기로 이뤄지는 국가 승인 통계로, 사회통합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쓰인다.
성인 다문화 지수는 53.38점(100점 만점)으로, 직전 조사보다 1.11점 상승했다. 이는 2012년 첫 조사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조사는 2012년 51.17점으로 시작해 2015년 53.95점으로 올랐다가 이후 2018년(52.81점)과 2021년(52.27점)에는 연속 하락했다.
청소년은 69.77점으로 나타나 정식 조사로 인정하는 2015년(67.63점) 이후 2018년(71.22점), 2021년(71.39점) 등 오름세를 보이다가 이번에 처음 하락했다.
이재웅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코로나19가 완화하면서 이주민과의 관계 회복 등으로 성인 지수가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소년은 다문화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주 배경 또래와의 갈등도 증가한 게 지수 하락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성인과 청소년 모두 연령이 낮을수록 다문화 수용도가 높았다.
성인은 20대(55.44점), 30대(54.75점), 40대(53.54점), 50대(53.11점), 60대 이상(51.14점) 등 순으로 낮아졌다.
수용도가 가장 높은 연령대와 낮은 연령대의 격차는 2021년 4.42점에서 2024년 4.30점으로 소폭 감소했다.
청소년은 중학생(71.00점)이 고등학생(68.52점)보다 다문화 수용도가 높았다. 학교급별 격차는 2021년 3.50점에서 2024년 2.48점으로 줄었다.
난민 인정기준을 완화해 국제 난민 수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성인이 2021년보다 3.3%p 증가한 37.0%였고, 청소년은 2021년보다 3.9%p 증가한 58.5%였다.
이주민 또는 외국인·다문화가정 친구와의 상호 작용이 많을수록 다문화 수용도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성인은 1주일에 1번 이상, 청소년은 매일 교류할 경우 수용도가 가장 높았다.
이주민이나 외국인, 다문화학생과의 갈등 경험이 있는 집단은 이 경험이 없는 집단보다 다문화 수용도가 낮게 나타나 접촉·교류 경험이 수용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문화교육 참여율은 성인(5.2%→14.0%)과 청소년(53.6%→62.2%) 모두 2021년보다 증가했다. 참여자의 다문화 수용도는 성인(4.39점)과 청소년(2.00점) 모두 미참여자보다 높았다.
성인은 자원봉사나 동호회 등 다문화활동과 다문화교육을 함께 한 경우 다문화 수용도가 63.33점으로, 다문화활동(54.67점)만 하거나 다문화교육(59.15점)만 받은 경우보다 높았다.
청소년의 다문화활동 참여율은 18.9%로,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6.7%)보다 12.2%p 상승했다. 다문화활동에 참여한 학생(70.83점)이 미참여 학생(69.52점)보다 수용도가 높았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다문화 관련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고, 일상에서 이주민을 자주 만날수록 다문화 수용도가 높았다.
최성지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다문화 가구 비중이 지속해서 늘고 있어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가 중요한 시기"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별 다문화 이해 교육을 강화하고, 교류와 소통 기회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여가부 의뢰를 받아 지난해 10∼12월 전국 성인 남녀 6천명과 중고생 5천명 등 1만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성인의 경우 95% 신뢰수준에 ±1.29%p, 청소년의 경우 95% 신뢰수준에 ±1.4%p다.
raphael@yna.co.kr
<연합뉴스>
2025-06-05 14:3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