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샴페인에 취한 드렁큰 타이거…KIA의 몰락은 예견됐다
제대로 준비 못 한 2025시즌…부상 악령에 털썩
역대 두 번째 'KS 우승→8위 이하 추락' 흑역사
비시즌 지옥 훈련 예고…즐비한 내부 FA 단속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5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팬들은 물론, 프로야구 전·현직 단장,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KIA를 '절대 1강'으로 예상했다.
한 해설위원은 "2025시즌은 KIA의 독주를 어느 팀이 견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전문가 분석처럼 KIA의 약점은 찾기 어려웠다.
2024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서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핵심 불펜 장현식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이적했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 투수 조상우를 영입했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선발 투수 이의리가 합류를 앞두고 있어서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KIA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 선수가 속출하며 중하위권에 맴돌았다.
3월 22일 개막전에서 왼쪽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을 다친 김도영이 시작이었다.
내야수 박찬호, 김선빈이 줄줄이 부상 이탈했고, 4월엔 핵심 불펜 곽도규가 왼쪽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접었다.
주전 외야수 나성범은 오른쪽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고, 5월엔 선발 자원 황동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복귀한 간판타자 김도영은 두 번이나 햄스트링을 더 다친 뒤 허망하게 시즌을 마쳤다. 좌완 선발 윤영철은 7월 팔꿈치 부상으로 완주를 멈췄다.
KIA는 잇몸으로 버텼다. 5월 15일부터 7월 5일까지 44경기에서 27승 3무 14패, 승률 0.659의 성적을 거두며 팀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렸다.
이 기간 오선우, 김호령, 한준수, 윤도현 등 백업 선수들이 부상 선수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면서 힘을 냈다.
그러나 KIA는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 뒤 오히려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7월 6일부터 30일까지 13경기에서 1승 1무 11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2위에서 7위로 수직 낙하했다.
외국인 투수 애덤 올러는 팔꿈치 염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복귀했으나 예전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7~8월 평균자책점이 5.54에 달할 만큼 흔들렸다.
올 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성영탁이 분전했으나 조상우, 최지민 등 기존 핵심 불펜 투수들이 흔들리면서 허리 싸움에서 무너졌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해진 KIA 선수단은 초조해졌다.
가을야구 탈락 가능성이 커지자 선수들은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멸하기 시작했다.
승부처마다 부진했다. KIA의 8월 득점권 타율은 0.231에 그쳤고, 역전패는 전체 1위(9차례)를 기록했다.
벤치도 흔들렸다. 지난 시즌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팀을 이끌었던 이범호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을 꾸짖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달 17일 한화전에선 베테랑 김선빈이 연속 실책을 범하자 질책성 교체를 했고, 18일 한화전에선 상대 팀 노시환에게 홈런을 허용한 포수 한준수를 불러 더그아웃에서 질타했다.
이 감독에게 꾸중을 들은 한준수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벤치와 선수단, 모두가 흔들린 KIA는 그렇게 가을야구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경기가 없던 25일, 5위 kt wiz가 SSG 랜더스를 10-1로 대파하면서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8위 KIA는 이대로 시즌을 마감하면 '우승팀의 추락 역사'에 한 줄을 보태게 된다.
역대 KBO리그에서 전년도 한국시리즈(KS) 우승팀이 8위 이하의 성적을 낸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다.
1995년 KS 우승 트로피를 든 OB 베어스(현 두산)가 1996년 최하위인 8위를 기록한 것이 유일하다.
만약 올해 KIA가 8위 이하의 성적을 내면 KBO리그 통산 두 번째 불명예 기록을 쓴다.
현재 KIA의 가장 큰 과제는 올 시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디서부터 팀이 꼬였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올 시즌 호랑이 군단이 추락한 표면적인 이유는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다.
그러나 부상 문제는 단순히 불운한 외부 요인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부상자를 철저하게 관리했는지, 재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구단 내부의 성찰이 필요하다.
KIA는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샴페인에 취해 새 시즌 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일정으로 주전급 선수들은 마무리 캠프를 하지 못했고, 시즌 종료 후엔 훈련보다 외부 행사 참가에 공을 들였다.
선수들은 완벽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스프링캠프에 들어갔다.
모그룹의 지원으로 전원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날 때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선수단은 미국 1차 스프링캠프와 일본 2차 캠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선수단 전반의 컨디션 난조 연쇄 작용으로 시즌 초반부터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고, 이는 시즌 성적과 직결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상 관리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올 시즌 2연패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지 완전하게 회복하지 않은 선수를 조급하게 1군에 올렸다가 낭패를 봤다.
김도영은 4개월 동안 왼쪽 햄스트링, 오른쪽 햄스트링, 왼쪽 햄스트링을 번갈아 다치며 시즌 아웃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햄스트링 부상은 재발 우려가 커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회복해야 하는데, KIA에서 성급하게 올린 측면이 있다"며 "이 결정으로 선수 부상이 커졌고, 앞으로 선수 생활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까지 생겼다"고 꼬집었다.
큰 실패를 맛본 KIA는 일찌감치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이범호 감독은 최근 2025시즌 실패를 인정하면서 "마무리 캠프부터 많은 훈련량을 소화할 것"이라며 "젊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중고참 선수들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도 KIA를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소크라테스 브리토 대신 영입한 외국인 우타자 패트릭 위즈덤과 재계약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위즈덤은 올 시즌 33개의 홈런을 날리며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즌 타율이 0.234에 그칠 정도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0.203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42명의 선수 중 바닥인 41위일 만큼 영양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내부 선수들도 많다.
불펜 조상우와 주전 내야수 박찬호, 좌완 불펜 이준영이 FA 자격을 얻는다.
최고령 타자 최형우와 프랜차이즈 선발 투수 양현종도 예비 FA다.
두 선수 모두 상징성이 큰 선수이고 올 시즌 성적도 좋은 만큼 넉넉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수술대에 오른 곽도규, 윤영철은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하다.
2026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을 조상우 영입 대가로 키움 히어로즈에 내줘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새 시즌 전력은 올해보다 떨어지리라는 것이 자명하다.
팬심은 등을 돌렸다.
올해 KIA는 25일 현재 홈 관중 102만8천764명, 한 경기 평균 관중 1만5천587명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125만9천249명, 1만7천250명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홈 관중 수가 떨어진 건 10개 구단 중 유일하다.
cycle@yna.co.kr
<연합뉴스>
2025-09-26 0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