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 대한민국 미래를 바꾼다]②'튼튼 Up! 단단 Up! 든든 Up!' 열정 헌신=행복, 대구이룸고의 특별한 체육시간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학교체육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담아내는 요람인 학교, 그 곳에서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키우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의 노력은 건강한 우리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다.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이 주최하고, 학교체육진흥회와 스포츠조선이 공동 주관한 '2025년 학교체육 대상'이 마무리됐다. 5개 부문에 총 110개교가 지원, 역대급 경쟁이 펼쳐진 올해 공모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각 부문 대상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학교체육 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우리 선생님들의 놀랍고 특별한 얘기를 총 네 차례에 걸쳐 공유한다. <편집자주>
"운동을 할 때마다 자존감이 높아져요."
장애는 '틀림'이 아닌 '다름'일 뿐이다. 특수체육 교육은 도전을 통해 성취를 이룰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이자 또 다른 미래인 장애학생들이 비로소 '나'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런 특수체육 교육으로 각종 대회 입상뿐 아니라, 취업까지 척척 해내는 학생을 배출해내는 학교가 있다. 개교 4년 만에 '특수체육 교육 맛집'으로 소문난 대구이룸고등학교다.
이룸고는 전국 최초의 직업교육 중점 특성화 특수학교다. 장애학생들이 생산제조과, 외식서비스과, 대인서비스과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력으로 거듭나 자립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실행 중이다. 직업교육에 특화돼 있음에도 각 종목 전국 대회 입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우수한 특수체육 교육까지 펼칠 수 있었던 건 한 교사의 열정과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튼튼 업(Up), 단단 업, 든든 업 프로젝트'로 이룸고를 '특수체육 교육 맛집'으로 키워낸 소대영 교사(43)가 그 주인공이다. 소대영 교사는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몇 년 동안 고민하고 기획했던 프로그램을 이룸고에서 학생들과 마음껏 펼쳐낼 수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 덕에 원만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튼튼 업, 단단 업, 든든 업 프로젝트'는 체력 평가 및 도전 프로그램을 통해 체력 향상뿐 아니라 성취감,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고, 대회 참가와 성공 경험을 통해 긍정적 자아 형성과 성장, 소통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룸고는 이를 통해 체력 향상과 비만율 감소는 물론 각 종목에서 지역, 전국대회 우승 등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활약을 부모들이 직접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는 참여형 축제를 통해 협동심과 소속감을 키우고 가족 유대도 강화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장애학생에게 체육수업은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일반 학생에 비해 행동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룸고 학생들은 스스럼이 없다. 수업을 마친 뒤 이어지는 체육 수업을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실내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다. 농구, 역도, 배드민턴 등 다양한 종목에서 지역 및 전국 대회 우수 성적을 거두는 어엿한 '학생선수'들이다. '자발적 참여'도 인상적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운동을 한 학생도 있지만, 일반학생들은 교내에 붙은 '모집 공고 포스터'를 보고 스스로 지원한다.
소대영 교사는 "특수학생들 사이엔 '학습된 무기력'이 빈번하다. '나는 해도 안돼'라는 식의 정서적, 사회적 특성이 많다. 그래서 도전 자체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며 "학생들을 처음 만나면 '늦어도 괜찮아, 잘 못해도 괜찮아.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선생님이 도와줄게'라고 한다. 그 학생들이 도전을 통해 성공 경험을 할 때 얻는 기쁨과 자신감은 상상 이상이다. 그걸 목표로 만든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농구부원이었던 학생의 졸업식 때 아버님이 '아이가 너무 밝아졌고, 자신감도 많이 향상됐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정말 뭉클했다"고 회상했다.
거듭된 노력과 고민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소대영 교사는 '튼튼 업, 단단 업, 든든 업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연구뿐 아니라 학생 체력 측정 및 증진을 위한 실내 운동 시설, 기구 마련에도 공을 들였다. 학생들의 성취감을 고양시키고자 스탬프 적립 형식의 챌린지 프로그램인 '야! 너도 할 수 있어'를 직접 고안했다.
구성원, 지역 사회의 '원팀 하모니'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광역시 북구청, 대구장애인체육회 관계자 및 지도자, 농구 선수 출신 지도자 등 다양한 이들이 소대영 교사와 의기투합했다. 장학사 시절부터 이룸고 탄생을 지켜봐왔던 정윤향 교장을 비롯해 박용주 교감 및 타 교사,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도 이룸고를 '특수체육 교육 맛집'으로 키워낸 숨은 힘이다.
소대영 교사는 학생들에게 '큰 형' 같은 존재다. 대구광역시 장애인 배드민턴 학생대표 선발전 단식 1위에 오른 윤세영군(17·생산제조과)은 "처음엔 어려웠지만,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서 뿌듯했다. 체육수업을 통해 자신감과 승부욕이 크게 향상됐다. 소대영 선생님은 형 같은 분"이라며 웃었다. 같은 대회 단식 2위를 차지한 윤영호군(16·생산제조과)도 "선생님들을 이길 때 짜릿하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운동해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고교 장애인 역도 대구 선발전 1위에 오른 안동혁군(17·외식서비스과)은 "선생님들이 운동할 때마다 형, 누나처럼 챙겨주셔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하면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소대영 교사와 이룸고 구성원이 함께 하는 '튼튼 업, 단단 업, 든든 업 프로젝트'는 '2025 학교체육 대상'에서 교육부장관상인 특수체육 교육 분야 특수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 사례는 학교체육진흥회를 통해 특수체육 교육 우수 사례로 전국 일선 학교에 소개된다. 소대영 교사는 "특수체육 교육은 모든 선생님들이 고민하는 테마다. 장애학생 특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다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타나는 특성은 너무 다양하다. 나 또한 수많은 고민을 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밝힌 '튼튼 업, 단단 업, 든든 업 프로젝트'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작은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어디까지나 학교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꿈은 크게, 도전은 높게, 이룸은 함께'라는 우리 학교 교훈처럼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2025-12-16 14:3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