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삼킨 돌부처 오승환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힘들었다"
은퇴회견서 "준비된 상태에서 지도자 희망…구단과 상의할 것"
"550세이브 위해 올 시즌 끝까지 공 놓지 않겠다…최선 다할 것"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승리를 지켜낸 '돌부처'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이 21년의 선수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어머니와 관련한 질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오승환은 7일 인천 연수구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별세한 모친, 고(故) 김형덕 씨를 회상하며 "어머니는 경기 후 가장 먼저 연락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이라며 "선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셨던 어머니가 올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눈물을 삼키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 중 큰 부분"이라며 "어머니가 이 자리를 보지 못하는 것도 가슴 아프다"고 말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훈련 막판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해 병간호에 전념했다.
모친은 3월 19일 별세했고, 오승환은 한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오승환은 어머니를 여읜 아픔을 딛고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로 건재함을 과시하려 했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지난 6일 구단을 통해 은퇴 결정 사실을 발표한 오승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퇴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2005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오승환은 KBO리그 15시즌 동안 737경기 44승 33패 19홀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 일본프로야구 2시즌 동안 127경기 4승 7패 12홀드 80세이브 평균자책점 2.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4시즌 동안 232경기 16승 13패 45홀드 42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거뒀다.
한미일 3개 리그에서 총 1천96경기에 출전했고, 64승 53패, 76홀드, 549세이브의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삼성은 오승환의 등번호인 2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고, 오승환은 향후 별도의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은퇴 투어를 할 예정이다.
다만 오승환은 끝까지 공을 놓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는 "(박진만) 감독님과 상의해야 하지만, 지난주까지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었고 종아리 부상도 회복했다"며 "한 경기라도 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일 통산 세이브 기록인) 549세이브보다는 550세이브 낫지 않겠나"라며 "난 올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로서 마지막 공은 어떤 공을 던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엔 "구종 등을 공개하면 상대 타자가 칠 것 같다"며 웃은 뒤 "비밀로 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오승환과 일문일답.
-- 은퇴 소감을 말해달라.
▲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선다. 아직 실감은 안난다. 난 선수로서 복을 많이 받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만들어주신 구단과 팬들께 감사드린다. 선수 생활도 21년을 하게 됐는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 그동안 은퇴 생각은 못 했다. 그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몸에 이상을 느꼈고, 시즌 초부터 100%의 기량이 나오지 않더라. 그때부터 고민했다. 내가 먼저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아쉽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1982년생 황금세대 마지막 선수였는데, 또래 동료들과 연락했나.
▲ 어제 김태균, 오늘은 이대호의 연락을 받았다. 이대호는 나중에 은퇴사 할 때 울게 될 거라고, 마지막까지 농담하더라. 어제 (1983년생) KIA 타이거즈 최형우의 연락도 받았다. 동생이지만 좋은 이야기를 해주더라.
-- 은퇴 후 계획은.
▲ 아직 시즌 중이다. 구단 사장님, 단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겠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는.
▲ KBO리그 400세이브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 선수 시절 어려웠던 순간은.
▲ 마무리 투수는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블론 세이브는 팀 순위 싸움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그럴 때가 힘들었다.
-- 호흡 맞춘 포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와 가장 마음에 드는 수식어를 꼽아달라.
▲ 한 명을 꼽기가 어렵다. 난 유독 좋은 포수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국내에선 진갑용, 강민호와 호흡했고 미국에선 세계적인 선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함께했다. 이 선수들이 있었기에 좋은 기록을 낸 것 같다. 애정 있는 별명은 내 보직과 연결된 '끝판대장', 내 가장 큰 무기인 '돌직구'다.
-- 남은 시즌 공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 감독님과 상의해야 하지만, 지난주까지 퓨처스리그에서 뛰었고 종아리 부상도 회복했다. 한 경기라도 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 코치 오승환, 감독 오승환을 볼 수 있을까.
▲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이 공부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직은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이 좋다. 운 좋게 다양한 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 (마무리 투수로 이끈) 선동열 감독과 통화했다고 하는데.
▲ 이틀전에 전화 드렸다. 큰 결정을 했다며 축하해주시더라. 선동열 감독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았던 분이다. 그 분께 축하받으니 야구선수로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 감독님은 앞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라고 조언해주셨다.
-- 선수 생활을 점수로 매긴다면.
▲ 팬들께 많은 사랑을 받아서 21점 만점에 21점 주고 싶은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20점이다. 나머지 1점은 제2의 인생에서 찾겠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 내 기록을 목표로 삼고 길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기량을 펼치는 좋은 불펜 투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 현재 눈에 띄는 마무리 후배가 있다면.
▲ kt wiz 박영현, 두산 베어스 김택연, SSG 랜더스 조병현, 한화 이글스 김서현 등 좋은 선수가 많다. 마무리 투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 중 누군가는 내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가장 껄끄러웠던 타자는.
▲ 이대호다. 큰 덩치를 가졌지만 예리하고 선구안이 좋고 장타력까지 갖췄던 선수다. 항상 위협감을 느꼈다.
-- 은퇴 과정에서 가족들이 많이 생각났을 것 같다.
▲ 어머니가 올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힘들었다. 어머니는 경기 후 가장 먼저 연락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이다. 내 선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셨다. 이 모습을 보지 못하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사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 중 가장 큰 부분이 어머니가 안 계신다는 것이었다.
--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이 있나.
▲ 오늘 오전까지 야구 예능에 출전하는 선후배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다만 이 자리에서 그 부분에 관해 말씀드릴 것이 없다. 난 아직 공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 1세이브를 더 하면 한미일 550세이브를 채우는데.
▲ 549세이브보다는 550세이브가 낫지 않나 싶다. 난 올 시즌 끝까지 공을 놓지 않을 것이다. 세이브 상황이든, 지는 상황이든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 선수로서 마지막 공은 어떤 공을 던지고 싶은가.
▲ 구종 등을 공개하면 상대 타자가 칠 것 같다. 해외에서 돌아올 때 KBO리그 복귀전 초구로 직구를 던지겠다고 했는데, 구종이 공개되면서 2루타를 맞았다. 비밀로 하겠다.
-- 40세 이후에도 직구 구속을 유지한 비결은.
▲ 꾸준함이 매우 중요하다. (후배들이) 한 경기 잘했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면 한다. 연속적으로 잘해야 실력이 된다. 꾸준함이 곧 실력이다.
-- 삼성에서 데뷔해 삼성에서 은퇴하게 됐는데.
▲ 삼성은 오승환이라는 선수를 만들어준 팀이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 다시 태어나도 야구 선수를 하고 싶은가.
▲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다. 그러나 마무리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웃음) 마무리 투수는 경기마다 잔혹한 평가를 받는다. 선발 투수든 타자든, 마무리 투수보단 나을 것 같다.
cycle@yna.co.kr
<연합뉴스>
2025-08-07 16:4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