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십자화과 채소 전도사 이나영→러블리 정은채"…'아너' 이청아, 女배우 기싸움은 넣어둬(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청아(42)가 연대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했다.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박가연 극본, 박건호 연출, 이하 '아너')에서 성범죄 피해자 변호 전문 로펌 L&J의 송무 담당을 맡은 변호사 황현진을 연기한 이청아. 그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아너'의 종영 소감부터 캐릭터에 쏟은 열정을 털어놨다.
2019년 방송된 스웨덴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아너'는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의 뜨거운 미스터리 추적극을 다룬 드라마다.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 서사 드라마였던 '아너'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만을 변호하는 세 여성 변호사의 명확한 신념과 명예로운 투쟁으로 시청자에 큰 공감을 샀다.
특히 2024년 방영된 JTBC 드라마 '하이드' 이후 '아너'를 통해 2년 만에 안방으로 컴백한 이청아는 거대 악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하고 위기 앞에 굽히지 않으며 정면으로 부딪치는 변호사 황현진으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이성보다 마음이 앞서는 황현진의 불같은 성정을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진정성 있는 연기로 캐릭터를 구축한 이청아는 '아너' 속 활력을 불어넣으며 '이청아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날 이청아는 "'아너'는 주변에서 지인들이 정말 많이 봐준 작품이라 다른 작품 때보다 더 기쁘다. 내가 이나영, 정은채 보다 늦게 캐스팅이 되어 급하게 촬영에 들어갔는데 그래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촬영 종료와 방송 시점이 거의 붙어 있었다. 지난 2월에 촬영이 끝나서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것도 있다"며 "촬영 때는 너무 바빠서 일상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었는데, 스스로 재정비도 좀 하고 밤 낮이 바뀐 패턴도 다시 잡으려고 한다.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삶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인들의 뜨거운 반응 중 가족들의 반응이 제일 인상에 남는다고 밝힌 이청아는 "평소에 내 작품의 주변 반응을 크게 체감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아너'는 특히 주변 사람들이 덩달아 축하해주고 기뻐해주는 것을 보면서 관심을 실감하고 체감했다. 특히 내 남동생은 누나가 나오는 작품을 안 보는데 이번엔 열심히 본 것 같더라. 만나면 '그 다음에 어떻게 되는데?'라며 물어보더라.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영한 12회까지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해 끝나 마음이 편안하다"고 웃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이청아는 "이 작품에서 두 번째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이 드라마에서 나온 거의 모든 법정신은 내가 있었다.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법적인 부분이 많지 않았다. 촬영 초반에는 법정 용어가 많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법정 에피소드 보다 사건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서 다음에는 제대로 법정에서 노는 변호사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너' 속 황현진을 연기하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 농담처럼 말하곤 했는데, 정말 현진이는 쉽게 가는 법이 없더라. 내가 부러워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 인물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현진이가 모든 사건을 건드리고 다닌다. 좋게 말해서 다음 장의 문을 여는 캐릭터다. 정말 다행인 건 사고를 치지만 수습도 하는 캐릭터라서 시청자에게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초반에는 내가 친 사고를 내가 수습하느라 정신 없었다. 전작 JTBC '하이드' 때는 다른 결로 시청자를 답답하게 했고 또 괴롭히는 역할이라 시청자한테 원망도 많이 들었는데 그 때 맷집을 좀 기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2011년 방영된 tvN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를 했을 때 맡았던 양은비는 정말 화가 많은 캐릭터였다. 실제로 그 작품을 끝낸 뒤 성격이 많이 활달해지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불만이 있어도 아무 말도 못했을텐데 컴플레인도 하게 됐다. 다만 이번 현진이를 연기 하면서 혼나고 울고 떨고 답답하고했던 것 같아 이번엔 영향을 안 받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현진이는 비겁한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책임을 지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저 피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 심장을 먼저 내어놓고 칼을 꽂으려면 꽂아라'라고 하는 태도가 좋았다. 자신의 약점이나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이 친구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며 "내 실제 모습과 현진 캐릭터 사이에서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솔직하다는 지점이 비슷하더라. 나는 조금 더 이성적 사고를 하면서 솔직하게 대하려고 하고 현진이는 나간 뒤 생각을 하는 차이가 있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이지만 '현진이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지?' 싶은 순간도 있었다. 나는 배우라서 직업 때문인지 행동이나 말을 연차가 쌓일 수록 검열하게 되더라.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경솔해질까 늘 조심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현진이를 연기하면서 이런 사람에게서 느끼는 안도감도 있더라. 워낙 투명하니까 보는 사람이 두 번 걱정하는 일이 없더라"고 애정을 담았다.
연기 목마름도 상당한 이청아는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는 것 같다. 내가 20대 때는 통통 튀는 여자 주인공을 많이 했다. 20대 때는 장르물 하고 싶기도 했는데 로코나 일상적인 캐릭터는 들어와도 장르물 쪽 캐릭터는 안 들어왔다. 그리고 30대 중반까지 정규직 캐릭터를 연기해 본 적이 없다. 최근 회사에 정규직으로 다니는 역할을 하게 됐는데 처음 맡았을 대는 '지금까지 계약직이었는데!'라며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며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지 않나? 계획한다고 되지 않는다. 20대 때 연기한 캐릭터도 사실 내 선택이 아니었고 30대도 그렇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롤이 변화되는 것 같다. 그래서 또 기대되는 포인트도 있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동안 악역만 들어오기도 했고 '아너'로 오랜만에 선역을 맡은 것도 반가웠다. 이제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도 하고 싶다. '아너'도 있으면 안되는 일에 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했지 않나? 다음엔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연기도 해보고 싶다. 극적이고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도 내 일상에 다가오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워맨스로 시작해 워맨스로 끝난 '아너'를 통해 이나영, 정은채라는 좋은 인연을 만들게 됐다는 이청아는 "내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만나는 배우들 마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너'를 결정한 것도 함께하는 배우들이 큰 이유가 됐다. 평소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데, 나를 비롯해 이나영, 정은채 세 명의 그림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여자 셋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드라마다. 그렇다고 각자의 스토리가 따로 가는 것도 아니다. 결국에는 이 세 캐릭터가 하나로 보이는 구도도 재미있었다. 실제로 촬영 중간 힘들 때 서로 많이 의지하기도 했다. 어제(11일)도 이나영 언니가 단체방에 '아너' 종영 인터뷰를 끝냈다며 '나는 다 끝났다. 내일 청아 잘 다녀와' 이런 식으로 응원해줬다"고 답했다.
극 중 20년지기 친구로 나오는 설정도 "우리 모두 MBTI 중 극강의 I였다. 박건호 PD가 초반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드라마 시작 전 일부러 우리 셋이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다. 솔직히 나는 걱정을 안 했다. 왜냐면 셋 다 침묵을 잘 견디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셋은 편한데 말이 없는 우리를 보고 박건호 PD만 불편해 하더라. 우리와 만나는 자리에서 제일 말을 많이 하고 나중에는 우리 때문에 목이 아프다고 해서 많이 웃었다"고 웃픈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친구는 누구 하나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이 아닌가? 나영 언니도 그렇고 은채도 서로의 화법이 비슷했던 것 같다. 특히 나영 언니는 약간 '형' 같은 매력이 있다. 연달아 세트 촬영을 하면 확 친해지다가 다시 오랜만에 만나 촬영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배꼽인사를 하더라.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언니에게 '우리 오늘 처음 만난 것 아니죠?'라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낯가릴 때면 내가 더 붙어 있으려고 했다"며 "은채는 너무 사랑스러운 막내였다. 저렇게 러블리한 은채가 대쪽 같은 신재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 배우다고 생각했다. 항상 한 명이 촬영하고 있으면 모니터 뒤에서 두 명이 구경하면서 '예쁘다' '힘들겠다' 말하곤 했다. 서로 칭찬을 잘하는데 정작 당사자 앞에서는 안 한다. 그것도 잘 맞는 부분인 것 같다. 나영 언니가 촬영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은채가 '저 비주얼이 사람의 비율이야? 너무 예쁘잖아'라면서 부러워하고 또 은채가 촬영할 때는 나영 언니와 내가 '쟤는 정말 유럽인이야' '멋있잖아'라고 감탄한다. 언니들에게 항상 먼저 연락해 주는 은채도 좋다, 나영 언니는 갑자기 연락 와서 십자화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채소를 보내주겠다며 집 주소를 물어봐 준다. 정말 재미있는 캐릭터다. 나영 언니는 우리가 볼 때 정말 도회적이지 않나? 앞에서는 별 말 안 하는데 알고 보면 '속 좋은 삼촌' 같은 느낌이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예쁜 사람들과 연기했구나 싶더라. 작품이 끝나도 나영 언니와 은채가 보고 싶고 생각 날 것 같다"고 곱씹었다.
우려했던 여배우 사이 기싸움도 없었다는 이청아는 "'아너'와 같았던 현장이 2019년 방송된 드라마 'VIP'였다. 그 현장도 여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촬영 없는 날엔 촬영하는 배우가 연락이 와 '놀러 오지 그래?'라고 하기도 했고 촬영이 끝나도 집에 안 가서 PD가 '집에 좀 가'라고 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VIP' 때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아너'도 촬영 전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아너' 촬영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 '우린 정말 모난 사람 하나 없다'라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기싸움'이란 게 있다. 여배우 대 여배우가 아니라 선후배 사이에도 연기로 기싸움을 해 맞붙는 부분도 있다. 그러한 기싸움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일부 상상하는 기싸움은 잘 없다. 기싸움이 아니라 서로 성향이 안 맞거나 서로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불편함 정도지 기싸움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늘 현장에서 배우는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최고의 기량을 뽐내려고 한다. 그렇게 해줄 때 상대 배우도 고맙게 느낀다. 최선을 안 하는 상대를 만나는 게 오히려 더 힘들고 서운하기도 하다. 그런 지점에서 특히 나는 남녀 할 것 없이 상대 배우 복이 좋았던 배우인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배우 친구들에게 말하면 정말 복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청아는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하나씩 키워드가 남았는데, 아직 '아너'는 정리를 못한 것 같다. 사실 나에게는 어떤 부분에서 두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 두려움을 늘 혼자 극복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그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강함이라는 지점을 느꼈다"고 답했다.
'아너'는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 연우진, 서현우, 최영준 등이 출연했고 '트레인'을 집필한 박가연 작가가 극본을, '좋거나 나쁜 동재'의 박건호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10일 종영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2026-03-13 0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