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우디 갈뻔했나? 손흥민 "LAFC, 1순위 아니었다" 고백...'구단주 통화 요리스 조언'이 결정적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사실 LA FC가 1순위는 아니었다."
'LA맨'이 된 '손세이셔널' 손흥민(22·LA FC)의 솔직고백이었다. LA FC는 7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의 영입을 발표했다. LA FC는 '손흥민은 2027년까지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샐러리캡을 적용받지 않는 선수)로 등록되며, 2028년까지 연장 옵션이 있다. 추가로 2029년 6월까지의 옵션도 포함돼있다'고 했다. 이어 '손흥민이 미국 P-1 비자와 국제이적증명서(ITC)를 발급받으면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A FC는 '축구 역사상 가장 재능 있고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손흥민을 소개했다.
6일 멕시코 클럽인 티그레스와의 리그스컵 경기가 열린 미국 BMO 스타디움을 찾아 팬들과 미리 인사한 손흥민은 오피셜 발표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손흥민의 입단식에는 조 토링턴 LA FC 공동 회장 겸 단장, 베넷 로젠탈 수석 구단주 등 구단 관계자 외에 캐런 배스 LA 시장을 비롯해 데이브 민 연방 하원의원, 헤더 헛 LA 시의원, 김영완 주 LA 총영사 등 지역 정치인들도 자리했다. 이들은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등 한국어로 손흥민을 LA FC 입단을 환영했다.
손흥민의 거취는 여름이적시장 최고의 이슈 중 하나였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숱한 영광을 이뤄냈다. 2020년 한해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4번의 EPL 이달의 선수상, 9번의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열거하지 못한 상까지 포함하면,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쌓았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통산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EPL에선 127골 71도움을 올렸다. 127골은 EPL 역대 16위, 71도움은 17위다. 198개의 공격포인트는 13위다. 통산 골과 어시스트 부문 상위 20위 안에 든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프랭크 램파드, 앤드류 콜, 테디 셰링엄, 모하메드 살라 등 7명에 불과하다.
특히 이 모든 것을 토트넘에서 이뤄냈다. 2015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0년간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토트넘 역사상 6번째로 많은 454경기에 출전해, 5번째로 많은 골을 넣었다. 도움은 당당히 1위다. 토트넘의 흑역사 마저 갈아치웠다. 지난 시즌 주장으로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손흥민은 커리어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토트넘에 17년만의 우승, 41년만의 유럽 무대 우승을 이끈 손흥민은 명실상부 토트넘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입지를 분명히 했다. 우승을 위해 떠난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등과 달리, 손흥민은 끝까지 토트넘에 남았다.
이적의 기로에 서 있던 손흥민을 향해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 아라비아, 미국, 튀르키예 등이 러브콜을 보냈다. 그 중 사우디가 적극적이었다. 영국 베팅업체는 손흥민의 새로운 소속팀이 사우디 리그가 될 것이라며 배당률을 무려 4/9로 책정했다. 확률로 치면 69.2%, 약 70%에 달했다. 세계적인 스타 영입에 혈안이 된 사우디 리그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 손흥민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사우디는 2023년 여름부터 손흥민을 원했다. 알 이티하드가 강력한 구애를 보냈다. 이적료 6000만유로에, 연봉은 3000만유로, 4년 계약을 제시했으니 총액은 1억2000만유로에 달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는 기성용(서울)의 말을 인용해, 거절의 뜻을 전했다.
이후 사우디의 구애는 더욱 거세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알 나스르를 비롯해, '사우디 최강' 알 힐랄, 알 이티하드 등이 오일달러를 앞세워 손흥민을 흔들고 있다. 선수 커리어의 황혼기에 접어든만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알아흘리와 알나스르, 알카드시아가 손흥민의 영입을 위해 이적료 4000만 유로(약 634억 원) 제안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선택은 LA FC였다.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꿈이 이루어졌다. LA는 엄청난 도시다. 나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한 여러 구단주들에게도 감사하다. LA FC가 첫번째 옵션은 아니었지만, 시즌 끝난 종료 후 첫 통화로 내 마음을 바꿨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나에게 비전을 보여줬고, 결국 여기에 왔다. 행복하다. 전날 경기장에서 엄청난 성원 보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단순히 LA에 온 것이 아니라우승 하러 왔다. 경기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고,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LA FC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10년이나 뛴 클럽을 떠나는건 감정적일 수 밖에 없다. 토트넘에 모든 것을 주었기에 가슴 깊숙한 곳이 비어진 느낌이었다. 이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이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나는 이전보다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몸이 좋다.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성장에 도움이 될 조언을 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우승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이 LA FC행을 결심하게 된 것에는 위고 요리스의 존재도 있었다. 손흥민은 요리스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함께 했다. 당시 요리스는 토트넘의 주장이었다. 요리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미소를 지은 손흥민은 "그는 여전히 나의 주장이라 좋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니면 라커룸에서 혼날지도 모른다"고 농을 던졌다. 이어 "요리스와 8년을 함께 했다. 그는 좋은 선수이자 사람이다. LA FC행 루머가 처음 나왔을때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이야기를 해줬고, 결정하는데 도움을 줬다. 아직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다시 만나서 기쁘다, 캡틴"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5-08-07 15:5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