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파국' 입찰 거부한 춘천-강원FC의 불편한 동거, 역사적 첫 ACLE 파행 '우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과는 '파국'이었다.
춘천시가 끝내 신청을 거부했다. 강원FC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6년 강원FC 홈경기 개최 신청 결과, 강릉시가 단독으로 신청했다. 이에 따라 2026년 강원FC의 K리그와 코리아컵 전 경기가 강릉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했다. 강원FC는 지난달 22일부터 5일 오후 3시까지 춘천시와 강릉시를 대상으로 개최지 신청을 받았는데, 당시 강릉시만 제출했다. 이어 5일부터 12일 오후 3시까지 기존 공모와 동일하게 재공모를 받기로 했고, 재공모에서도 단독 신청할 경우 2026년 K리그 및 코리아컵 홈경기를 신청한 지자체에서 개최할 방침이라는 뜻을 이미 전한 바 있다.
이번 공모는 상·하반기 분산 개최 원칙에 따라, 개최 순서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였다. 공모방식은 3년 전과 동일하게 진행됐다. 강원FC는 2022년에 2023~2025시즌 홈경기 개최 자격을 두고 희망 경기 수와 경기 당 지원금을 공모한 바 있으며 최소 금액 역시 이번 공모와 동일했다. 강원FC는 이번 공모에서 '개최지원금' 단일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적용했다. 모든 대상 지자체에 동일한 기준과 조건을 제공했으며, 제출된 신청서에 따라 결과가 확정됐다. 강릉시는 지난 3년과 동일한 경기당 8000만원으로 내년도 전 경기를 개최한다. 신청이 한 곳에서만 이뤄짐에 따라 분산 개최는 무산됐다.
강원FC와 강원FC 이사회는 이번 공모 절차와 결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이번 사태가 강원FC 책임'이라는 춘천시와의 주장에 반박했다. 춘천시는 강원FC가 내년 홈경기 개최 방식을 춘천시와 강릉시의 경쟁 입찰 방식으로 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도민구단이 지자체를 끌어들여 가격 경쟁을 하려한다'고 반발했고, 김병지 대표이사의 사과 없이는 공모에 신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원 이사회는 '김병지 대표이사가 춘천시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춘천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자 접촉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였으나 춘천시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2022년 홈경기 개최 선정 시에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실시했다. 춘천시도 이의 없이 참여했다. 이번 결정 역시 같은 원칙 속에 내려졌으며, 특정 지역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공모 규정이 상생과 분산 개최 원칙을 훼손하고 세금 경쟁을 조장했다'며 '시민과 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춘천을 강원 축구 발전의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한다는 원칙이 모든 절차와 운영에 분명히 반영돼야 협의에 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지역 정치권 역시 두 갈래로 나뉘어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강원FC와 춘천시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며, 눈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로 쏠린다. 올 시즌 남은 K리그와 코리아컵 홈경기는 강릉시에서 개최되지만, 당장 9월부터 시작되는 ACLE 홈경기는 춘천시에서 열린다. 사실 강원FC와 춘천시의 갈등 역시 ACLE 때문이었다. 당초 강원FC는 강릉시에서 ACLE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개최 조건에 맞지 않아 새로운 개최지를 찾아야 했다. 강원FC는 곧바로 춘천시에 개최 의사를 물었지만, 춘천시가 미온적으로 대하며 사태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 비판 현수막 대응 문제로 육동한 춘천시장이 경기장에 들어서지 못하는 사태까지 겹치며,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결국 구단주인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 대표가 고개를 숙였고, 결국 춘천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AFC는 춘천시 개최를 승인하며, 경기장 의료실 내 세면대 설치, 연습장 내 야간 조명 확보 등 세부 개선 사항을 요구했다. 춘천시의 협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강원FC와 춘천시의 골이 더욱 깊어진만큼, 발 빠른 대응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미 실무선에서의 대화가 중단되거나, 냉냉한 분위기 속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속에서 치러져야 할 창단 첫 ACLE가 자칫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5-08-13 12: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