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지배하는 '팔색조' 외인들, 그들만의 비밀 레퍼토리가 있다[무로이칼럼]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스위퍼.
이런 변화구를 다채롭게 구사하는 투수들과 대화를 나누면 흥미로운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아시아쿼터 대만인 투수 왕옌청. 기록 통계업체가 정리한 구종 정보에 따르면 직구, 투심, 슬라이더, 스위퍼, 포크볼, 커브, 채인지업을 던진다고 한다. 그런데 왕옌청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니 분류법이 조금 달랐다.
"저는 스위퍼를 던지고 있지 않습니다. 슬라이더 각이 커졌을 때 스위퍼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왕옌청은 우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효과적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궤적을 보면 포크볼 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고, 회전수도 포크볼보다 많다. 왕옌청은 해당 구종에 대해 "스플리터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록상 스플리터는 포크볼로 분류되고, 미국에서는 포크볼보다 스플리터라는 표현이 훨씬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왕옌청은 포수와 사인을 교환할 때 피치컴을 통해 스스로 구종을 선택하고 던진다. 포크볼을 던지고 싶을 때 상황에 따라 본인 판단으로 포크볼과 스플릿을 나눠 던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데이터와 투수 본인의 인식 차이는 다른 투수에게도 자주 볼 수 있다.
KT 위즈의 맷 사우어의 경우 구종 정보 상에는 직구, 스위퍼, 커터, 투심,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등이 나열돼 있는데, 본인은 따로 슬라이더도 던지고 있다고 한다. 구종 정보상 슬라이더는 스위퍼와 커터에 포함돼 있다.
슬라이더는 많은 투수들이 던지는 대표적인 구종이지만 사우어는 슬라이더를 한국에 와서 2년 만에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타자 상대로 결정구가 부족했다고 생각해 한국에 와서 투수코치들과 대화를 하면서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슬라이더를 안 던졌던 작년에는 커터를 배웠습니다."
사우어는 최근 2년 동안 구종이 다양해졌다고 한다.
"투심은 2년 전부터 구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위퍼는 예전에 양키스에서 열심히 연습했고, 작년에 다저스에서 제게 맞는 감각을 찾았습니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 등 스위퍼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고 그런 투수들, 코치와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 그립을 찾았습니다."
변화구는 투수가 타자를 속이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다. 일부러 어떤 구종을 사용했는지 알리지 않아도 좋은 기술이다.
하지만 기록통계업체나 고정밀 영상을 통해 투수의 섬세한 능력을 알게 되면서 야구의 재미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투수들도 이런 데이터를 자신의 기술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변화구는 스트라이크나 볼처럼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어떤 구종으로 타자를 막았는지, 또 어떤 구종을 쳤는지 등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정보가 되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2026-06-24 09: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