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KIA 승부수, 왜 이 선수에게 감사 표했나…"스파이크 손톱만큼만 나와 있는 상태라"[인터뷰]
[고척=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시라카와의 스파이크는 거의 손톱만큼만 나와 있는 상태였어요."
KIA 타이거즈 아시아쿼터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는 지난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1회 투구를 마친 뒤 돌연 스파이크화를 바꿔 신었다. 1회에는 검은색 스파이크화를 신었는데, 2회부터는 빨간색으로 바꿔 신고 등판했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시라카와는 지난달 28일 KIA와 총액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KIA 구단 역사상 최초의 일본인 선수로 눈길을 끌었다. KIA는 내야보다는 마운드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 기존 아시아쿼터 내야수 제리드 데일과 결별하고 시라카와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시라카와는 한국에 왔을 때 일본에서부터 신던 스파이크화를 들고 왔다. 시라카와는 한국에서도 계속 그 스파이크화를 신었는데, 포수 김태군이나 베테랑 투수 양현종 등 KIA 동료들이 보기에는 교체 시점이 이미 지난 것처럼 보였다.
시라카와는 지난 4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 처음 등판해 5이닝 무실점 호투로 첫 승을 챙기자 굳이 스파이크화를 바꿔 신지 않았다. 한화전까지 한번 더 신고 교체를 고려한 상태였다. 그런데 1회부터 볼넷을 남발하다 한화 문현빈에게 선취 3점포를 허용했다. 당장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라카와는 3⅔이닝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스파이크화를 바꿔 신은 뒤로는 실점이 없었다.
빨간색 스파이크화는 김태군의 선물이었다.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만난 시라카와는 "(양)현종 선배님도 그렇고 스파이크의 징이 짧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기(한화전)만 신고 그만 신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투구 내용이 좋지 않다 보니까 기분 전환이 필요해 일단 새 스파이크화로 갈아신었다. 어떤 이유로 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김)태군 선배님이 스파이크화를 3켤레 정도 선물로 주셨다. 그 스파이크화를 신었다"고 설명했다.
김태군은 왜 스파이크화를 선물했을까. KIA를 위해 타지에서 온 어린 투수를 위한 격려와 응원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태군은 "시라카와가 처음 팀에 온 날 글러브, 스파이크 등 장비를 봤다. 새 스파이크화를 보면 보통 스파이크가 약지 한마디 정도 길이는 나와 있는데, 시라카와의 스파이크는 거의 손톱만큼만 나와 있는 상태였다. 경기에는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파이크화 세 켤레와 운동화 한 켤레를 선물했다. 새로 산 것은 아니고, 나는 원래 신발을 여러 켤레 사서 준비해 놓는 스타일이라 내게 남는 것을 줬다. 다행히 시라카와와 내 발 사이즈가 같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시라카와는 "정말 감사드린다. 태군 선배님한테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태군 선배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전부 잘 챙겨줘서 다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김태군은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같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선물했다. 내가 준 운동화를 신고 좋은 퍼포먼스를 내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시라카와는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24년 처음 KBO 무대를 밟았다. 그해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 두 팀에서 뛰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두산과 연장 계약에 합의한 시점에 팔꿈치에 탈이 났다. 수술하고 재활하느라 지난해를 통째로 날리고, 올해 다시 일본 독립리그팀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로 복귀했는데 시라카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국'뿐이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시라카와 영입 당시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시라카와가 KBO리그에서 얼마나 뛰고 싶은 열망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선수가 '정말 KBO리그에서 다시 한번 재도전하고 싶다. KBO리그의 함성과 응원을 잊지 못했다'고 했다. 독립리그에서 만나 선수 중에 가장 KBO리그에 오고 싶어 했던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다"고 했다.
시라카와는 "재활 훈련할 때부터 이미 한국에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좋은 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는 언제든지 돼 있었다. 일단 다시 와서 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일본인 선수 중에 누가 가장 유명하냐고 했을 때 시라카와라는 이름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비장하게 이야기했다.
시라카와는 4경기에서 2승2패, 18⅔이닝,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하고 있다. 냉정히 아주 우수하다고 말하긴 힘든 수치다. 삼진 14개를 잡는 동안 볼넷이 10개에 이른다. 볼넷을 줄일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시카라와는 이와 관련해 "볼을 계속 던지다 보면 급해져서 홈플레이트가 잘 안 보일 정도로 급해진다. 그래서 냉정하게 또 평정심을 갖고 던지는 게 목표"라며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금 내 점수를 매기자면 부족한 게 아직 많아 100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더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라카와는 지난 21일 수원 KT 위즈전 1-3으로 끌려가던 3회 구원 등판해 4이닝 2실점으로 버텨 승리투수가 됐다. 뒤늦게 타선이 터져 경기를 뒤집어 KIA는 11대5로 승리했다. KIA 타선이 7회초 대거 5점을 뽑으며 역전할 때 시라카와가 더그아웃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게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시라카와는 "점수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또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던지는 게 목표였다. 던지면서 볼넷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무너진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했고, 그게 최우선이니까 기도를 했다. 팀이 역전했을 때는 정말로 기뻤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 3번째 팀인 KIA에서는 김태군을 비롯한 동료들의 배려와 지원 속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시라카와는 "선배들이나 동급생들, 후배들이 전부 친절하고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친절하시다. 잘 모르는 일본어로도 열심히 나와 대화하려고 해주는 게 가장 고맙다"며 "KIA 팬들의 응원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팀 승리를 위해 계속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고척=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2026-06-24 01: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