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시즌 트레블에 빛나는 '유럽 챔피언' 파리생제르맹(PSG)은 역시 강했다. 10년만에 손흥민을 떠나보낸 토트넘을 꺾고 또 하나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PSG는 14일(한국시각) 이탈리아 우디네의 블루에너지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5년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인터밀란을 대파하고 역대 최초로 빅이어를 수확한 PSG는 유로파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슈퍼컵 결승에 오른 토트넘을 상대로 미키 판 더 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연속실점하며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교체투입한 이강인이 후반 40분 그림같은 왼발 중거리 슛으로 만회골을 넣었고, 후반 추가시간 3분 곤살루 하무스가 헤더로 동점골을 가르며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갔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하무스, 뎀벨레, 이강인, 멘데스의 연속골로 두 개를 실축을 토트넘을 4대3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PSG는 역대 프랑스 팀 최초로 슈퍼컵을 차지하는 새 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은 22분 남짓 뛰며 PSG의 우승 멤버 일원으로 한국인 최초 슈퍼컵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인 최초 슈퍼컵 득점 기록도 세웠다. 2008년, 당시 맨유에서 뛰던 박지성이 슈퍼컵에 출전한 적이 있지만 제니트에 1대2로 패하며 우승컵은 놓쳤다.
2023년 마요르카에서 PSG로 이적한 이강인은 근 2년만에 총 8개의 트로피를 사냥했다. 프랑스리그앙(2회), 쿠프드프랭스(2회), 트로피데샹피옹(2회), 챔피언스리그(1회) 등이다. '해버지' 박지성의 뒤를 잇는 '역대급 유관력'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11번 우승했다. 이강인은 18일 낭트 원정에서 열리는 2025~2026시즌 리그앙 개막전 출전을 노린다.
한편, 토트넘은 토마스 프랭크 감독의 데뷔전에서 다잡은 승리를 놓치며 씁쓸한 결과를 맞았다.
PSG는 2024~2025시즌 트레블을 이끈 주전 멤버 다수를 총투입하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발롱도르 유력 수상 후보로 점쳐지는 우스만 뎀벨레가 브래들리 바르콜라, 흐비차 크라바츠켈리아, 데지레 두에와 공격진을 구성하고, 비티냐와 워렌 자이르-에머리가 중원을 지킨다. 아치라프 하키미, 마르퀴뇨스, 윌리안 파초, 누누 멘데스가 포백을 꾸리고, '영입생' 뤼카 슈발리에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대한민국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은 곤살루 하무스, 파비안 루이스, 루카스 베날두, 마트베이 사포노프, 뤼카 에르난데스 등과 함께 벤치에서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의 교체 지시를 기다린다. 핵심 미드필더 주앙 네베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결승에서 첼시 풀백 마크 쿠쿠렐라의 머리채를 잡는 반칙에 대한 사후 징계(2경기 출장정지)로 이날 스쿼드에 포함되지 못했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 스리백 카드(3-5-2)를 빼들었다.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케빈 단수와 미키 판 더 펜과 스리백을 구축한다. 페드로 포로와 제드 스펜스가 양 윙백을 맡고, 새로 합류한 '포르투갈 갈고리' 주앙 팔리냐가 호드리구 벤탄쿠르, 파페 사르와 중원을 사수한다. 모하메드 쿠두스와 히샬리송이 투톱을 맡는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지킨다. 도미닉 솔란케, 브레넌 존슨, 루카스 베리발, 마티스 텔 등은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전반 시작 1분만에 포로가 하키미가 잘못 패스한 공을 잡아 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PSG 골문을 위협했다. 포로의 슛은 골대 위로 살짝 떴다. 반격에 나선 PSG가 8분 간결한 패스 플레이로 단숨에 상대 박스 안까지 진입했지만, 흐비차의 오른발 터닝슛이 위력없이 골대 옆으로 흘렀다.
PSG가 비티냐를 중심으로 볼을 더 오래 소유했지만, 거푸 결정적인 찬스를 만든 쪽은 토트넘이었다. 22분, 역습 상황에서 쿠두스의 패스를 받은 히샬리송이 마음 놓고 때린 슛이 슈발리에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히샬리송은 아쉬움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전반 39분, 토트넘이 기어이 선제골을 갈랐다. 비카리오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골문 방향으로 길게 넘겨준 프리킥이 마르퀴뇨스와 판 더 펜의 머리에 잇달아 맞고 팔리냐 앞에 떨어졌다. 팔리냐가 재빠르게 시도한 슈팅이 슈발리에의 손을 스쳐 골대를 때렸고, 흘러나온 공을 판 더 펜이 슬라이딩 슛으로 연결하며 팀에 선제골을 선물했다.
전반 45분, 비록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됐지만, 골대를 강타한 쿠두스의 슛은 PSG의 골문 앞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전반은 토트넘이 1-0으로 앞선채 마무리됐다. PSG의 전반 유효슛은 '제로'였다.
후반 3분, 토트넘이 추가골로 PSG 선수들과 벤치에 충격을 안겼다. 이번에도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만들었다. 포로가 상대 진영 가운데 지점에서 문전으로 띄운 프리킥이 PSG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로메로에게 정확히 전달됐다. 순식간에 노마크 상황에 놓인 로메로는 골문 우측 하단을 노린 감각적인 헤더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후반 7분, 쿠두스의 좌측에서 올린 크로스가 단수의 이마에 닿았으나, 옆그물을 때리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PSG의 패스는 뚝뚝 끊겼고, 크로스는 번번이 차단됐다. PSG 공격진은 수비 진영에 많은 숫자를 둔 토트넘을 상대로 좀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겉돌았다. 엔리케 감독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엔리케 감독은 후반 15분 흐비차를 빼고 루이스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20분 바르콜라가 추격골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 반칙에 의해 취소됐다. 후반 23분, 자이르-에머리와 바르콜라가 빠지고 이강인, 이브라힘 음바예가 동시에 투입됐다. 후반 26분 루이스의 중거리 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조금씩 경기 균형이 PSG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오른쪽에 치우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강인은 활발히 움직이며 빈틈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워낙 촘촘하게 공간을 장악하고 있던 탓에 기회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PSG는 후반 31분 두에마저 빼고 하무스를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37분, 이강인이 박스 외곽에서 때린 왼발 프리킥이 수비벽 뒤에 서있던 포로의 어깨에 맞으며 무위에 그쳤다.
후반 40분, 이강인의 왼발이 일을 냈다. 문전 앞에서 상대가 헤더로 클리어링한 공을 비티냐가 영리하게 옆으로 내줬고, 이를 이강인이 골문 구석을 가르는 왼발 슛으로 추격골을 넣었다. 지난시즌 첫 경기인 르 하브르전에서 경기 시작 3분만에 팀의 시즌 첫 골을 넣은 이강인은 올 시즌도 팀의 마수걸이 골을 책임졌다.
기세를 탄 PSG는 남은 시간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3분, 기어이 동점골을 갈랐다. 뎀벨레의 우측 크로스를 하무스가 문전에서 다이빙 헤더로 득점했다. 추가시간 득점이 터지지 않으며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토트넘 첫번째 키커 솔랑케가 득점에 성공한 뒤, 비티냐가 허무하게 실축했다. 토트넘 1-0. 두번째 키커 벤탄쿠르와 하무스가 나란히 득점했다. 토트넘 2-1. 토트넘 세번째 키커 판 더 펜의 킥이 슈발리에 선방에 막히고, 뒤이어 뎀벨레가 득점하면서 2-2 동점으로 균형추를 맞췄다. 토트넘의 네번째 키커 텔의 슛이 허무하게 골대 밖으로 나갔다. 반면 PSG의 네번째 키커 이강인이 왼쪽 하단을 노리고 찬 공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PSG 3-2. 포로가 득점에 성공했지만, 멘데스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승부차기 스코어 4대3으로 승리, 슈퍼컵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 이강인이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2025-08-14 06:13:31